"21대는 '포스트 코로나' 국회…이념·진영논리 떠나 경제 챙겨라"

입력 2020-05-14 17:21   수정 2020-10-12 19:02


20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이념을 떠나 민생을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의원들은 “20대 국회는 여야 간 투쟁에 매몰된 채 나머지 정책이 실종됐다”며 “21대는 ‘포스트 코로나’ 국회인 만큼 이전 어느 국회보다도 국민 삶의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4일 20대 국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는 여야 국회의원 1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의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인터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원혜영·정은혜·제윤경·최운열 의원, 미래통합당의 김세연·김용태·송희경·정병국 의원,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이 참여했다.


“편가르기는 그만…이젠 정책 챙기자”

여야 의원들은 20대 국회에 낙제점을 줬다. 정병국 의원은 “20대 국회는 오로지 진영논리에 빠져 진영의 이해관계에 의해 충돌을 거듭한 국회였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회가 2차 산업혁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21대 국회에서 ‘거여(巨與)’가 된 민주당과 이를 견제할 야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이 ‘절대 반지’를 얻었다고 해서 통합의 정치를 포기하고 쉽게 가려는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세연 의원은 “야당도 조건반사적인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유권자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특히 ‘민생 챙기기’를 주문했다. 송희경 의원은 “21대 국회는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생활정치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부겸 의원은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는 편가르기 정치는 이제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은 “투쟁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국회 돼야”

의원들은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제윤경 의원은 “국회 일정을 원내교섭단체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상시국회로 바꿔 여야 합의와 상관없이 국회가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혜영 의원도 “교섭단체 전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 외엔 국회의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임위를 열고 싶어도 원내대표 등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상임위에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법안 발의 건수로 의원의 실적을 평가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정은혜 의원은 “의원 발의 법안 중에는 큰 의미 없이 발의 건수를 늘리기 위한 법안도 많다”며 “이 때문에 반드시 통과돼야 할 법안이 논의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개혁으로 경제 살려야”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은혜 의원은 “국내 산업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붕괴하지 않도록 경제 시스템 개선을 위한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를 여야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송희경 의원은 “막대한 재정 투입 없이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규제 개혁”이라며 “특히 융합산업 규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완화시킨 정도로는 턱도 없다”며 “관련 규제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노동 유연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석 의원은 “당초 좌파 진영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허용하면 노동 유연화에 찬성하겠다’고 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지금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운열 의원은 “정치인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동일시하는 오해를 많이 한다”며 “기업이 잘되는 것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타다 등 기술 진보를 막는 법안은 국민 편익만 해칠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지배구조를 건드리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종석 의원은 “기업의 행태가 문제된다면 행태를 다스려야지, 지배구조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에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이 입법과제의 우선순위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임도원/하헌형/성상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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