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15일 ‘정보통신 기술·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보통신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산 장비 구매를 제한했다.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 및 기업을 명시한 건 아니었지만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인 5G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ZTE를 겨냥했다는 게 중론이다. 미 상무부는 행정명령 서명 다음날 별도의 조치를 통해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하자 블룸버그통신은 “5G 지배력을 둘러싼 중국과의 전투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한 직후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중국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보를 숨겼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50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발병은 세계화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환율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마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위안화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교통·통신·금융 등 공공 인프라를 운영하는 자국 기업이 컴퓨터 서버를 비롯한 IT 기기를 조달할 때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는 새 행정규칙을 6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새 행정규칙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휴렛팩커드(HP), 델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IT 대기업이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미국의 ‘화웨이 장비 구매 제한’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새 행정규칙의 근거가 되는 인터넷안전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목표로 내건 ‘IT 기기·네트워크 기술 국산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된 법이다. 이 법은 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기기, 클라우드 서비스뿐 아니라 PC, 프린터, 복합기 등 일반 사무용품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중국 현지 생산, 외국계 기업 출자비율 제한, 중국 국적자에 의한 경영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담고 있어 ‘외국계 IT 기업을 몰아내려는 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주용석/도쿄=정영효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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