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發 2차 '경제 충격' 시작…"고용회복 10년 걸릴 것"

입력 2020-05-14 17:35   수정 2020-05-15 01: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미국의 ‘실업 한파’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실업률이 연내 2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대공황 때인 1933년(실업률 24.9%)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다. 미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40%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발(發) 실업 폭풍이 ‘제2의 경제 충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경기 침체와 실업의 악순환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5월 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98만1000건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실업수당 청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었다는 의미다.

미 언론들은 최근 8주간 코로나19 사태로 약 36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지난 3월 셋째 주(330만 건)부터 급증했다. 같은 달 넷째 주에는 687만 건까지 치솟은 뒤 이후 661만 건(3월 29일~4월 4일), 524만 건(4월 5~11일), 444만 건(4월 12~18일), 384만 건(4월 19~25일), 317만 건(4월 26일~5월 2일) 등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속되는 경기 둔화는 정리해고와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앞으로 더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침체와 실업 확산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미국 전체 고용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하버드대와 일리노이대, 시카고대 연구진은 미국 내 500인 미만 중소기업 5800곳의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소기업의 고용 인원은 지난 1월 말 대비 평균 40% 감소했다. 사업장 문을 닫지 않고 영업 중인 기업들도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직원 수를 17.5%가량 줄였다. 연구진은 중소기업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바닥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25%는 ‘한 달 정도 버틸 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은 최대 두 달까지 버틸 수 있다고 답했다.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인건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파산을 선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한 미 중소기업은 10만 곳에 달한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는 데 6년 넘게 걸렸다”며 “고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이번에는 1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둔화하는 경제성장률

대량실업이 경기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12일 이코노미스트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채드 무트레이 미국제조업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은 최소한 2022년까지는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중 68.3%는 미국의 경제회복 추세가 ‘나이키’ 모양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반등세를 보이는 ‘브이(V)’자가 아니라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제 재개 조치가 너무 이르다고 지적한 이코노미스트는 31.6%에 달했다. ‘적절하다’는 29.8%, ‘너무 느리다’는 14.0%였다. 나머지 24.6%는 판단을 유보했다. 전체 응답자의 71.9%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경제위기 대응에 A학점을 줬다.

파월 의장은 이날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경고했다. 그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주최 화상연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시기보다도 심각한 침체에 직면했다”며 “저성장과 소득 침체 장기화 등 심각한 경기 하강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깊고 긴 충격은 경제 생산능력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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