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때 792만원 주고 산 샤넬 백 880만원에 팝니다"

입력 2020-05-15 11:00   수정 2020-05-15 15:32


샤넬의 가격 인상으로 백화점이 개장하자마자 뛰어가는 '오픈런'은 끝났지만, 온라인상 중고 샤넬 열풍은 이제 시작이다.

15일 명품정보 커뮤니티 '시크먼트'에선 13번대 샤넬 클래식 라지 은장 중고제품이 380만원대에 올라왔다.

판매자는 "캐비어 가죽보다도 퀄리티 좋고 튼튼한 13번대 제품으로, 이번에 매장가는 923만원으로 인상됐다"며 "박스와 개런티 더스트백 등이 다 들어있고, 생활 기스나 내부에 자연스러운 때가 좀 묻어있다"고 밝혔다. 게시글이 올라온 지 2분 만에 구매하겠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가방은 바로 판매됐다.


◇ 오픈런 이어 중고샤넬 판매 봇물

클래식 외 다른 가방 라인의 판매에도 불이 붙은 모습이다. 대구에 사는 30대 여성은 "27번대 샤넬 뉴미니 램스킨 핑크 은장을 424만원에 판매한다"며 "구매한 이후에 계속 보관만 하다가, 아기를 낳고 나니 작은 가방을 들 일이 없어 팔게 됐다"고 올렸다.

서울에 거주 중인 여성도 "지난해 1월 잠실에비뉴엘점에서 구매한 샤넬 클래식 램스킨 블루컬러 27번대를 판매한다"며 "가방에 생활 기스가 있어서 387만원 주고 구매했지만, 350만원대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중고나라에선 전날부터 현재까지 샤넬 제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1575개나 올라왔다. 가방 외에도 샤넬 목걸이 귀걸이 카드지갑 클러치 브로치 등 가방 외 다른 제품도 속속 판매되고 있다.

오픈런 때 샤넬을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중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은 "샤넬 대란에 동참할 여력은 없지만, 뭐라도 사야될 거 같아서 중고로 코핸 미니를 샀다"며 "여름에 착용하기에 너무 좋을 것 같아 명품 위탁업체에서 375만원에 샀다"고 밝혔다.

지방에 사는 30대 여성도 "지방에 살아서 백화점에 가려면 왕복이 5시간이나 걸려 오픈런은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가격 오른 것도 싫어서 위탁 상품으로 중고 클래식 라지를 구입했는데, 앞뒤 엠버가 좀 눌려 있지만 관리만 잘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갖고 있던 샤넬 백을 중고로 팔았지만, 이번 대란으로 다시 중고제품을 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 중인 30대 여성은 "작년에 샤넬에 관심이 없어져서 10번도 들지 않은 쁘띠삭 클래식미듐 보이백미듐 등과 악세사리 슈즈까지 다 팔았다"며 "하지만 최근 샤넬 대란이 일면서 다시 쁘띠삭 중고라도 구할 수 있나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 오픈런 '샤테크'… 보복소비로 명품 '호황'

오픈런 때 구매한 가방에 웃돈을 얹어 되팔기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샤넬 가방으로 재테크를 하는 '샤테크'인 셈이다.

충청남도 천안에 거주 중인 소비자는 "신세계 본점에서 구입한 샤넬 클래식 라지(점보) 은장을 판매한다"며 "미개봉 새 상품으로 천안아산에서 직거래 한다"고 올렸다. 판매가는 880만원으로, 인상 전 공식 판매가는 792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원 가량 차익을 보는 셈이다. 현재 인상이 적용된 가격은 932만원이다.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소비자는 "12일 현대백화점에서 구매한 클미 은장 새상품을 판매한다"며 "28번대가 29번대보다 가죽이 더 좋다고 해서 골라왔고, 메이드인 프랑스로 직거래를 원한다"고 올렸다. 클미는 클래식 미디움의 줄임말이다. 판매가는 735만원으로 내놨다. 해당 제품은 인상돼 현재 849만원 정도다.

이처럼 샤넬이 중고제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가격 인상 때문이다. 전날 샤넬코리아는 클래식 보이샤넬 등 제품의 가격을 최대 18% 인상했다. '샤넬 클래식 미디엄 백'은 846만원으로 130만원이나 올랐고, '샤넬 클래식 은장 라지 백'도 923만원으로 10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샤넬 외에도 명품 시장은 보복소비와 맞물려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롯데백화점에서 이달 1~10일 명품 매출은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도 명품 판매는 활기를 띄고 있다. G마켓에선 지난 4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했고, 이번달 들어선 지난 13일까지 29% 늘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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