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이 우리에겐 재난…"복지공무원들 죽어납니다"

입력 2020-05-16 10:30   수정 2020-05-16 20:08


재난기금 지급업무로 격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늘고있다.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금, 지자체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정부형 긴급재난지원금 등 각종 정부지원금을 지급하느라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시·군청 복지 관련과는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회복지공무원은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동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지금 죽어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폭 늘어난 업무량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관련 지급액과 시기, 제도에 대한 불만 등 각종 민원폭주로 복지공무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재난지원금이 우리에겐 '재난'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 인헌동의 행정복지센터. 출근하자마자 재난소득 관련된 이유로 방문한 시민들로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재난소득 신청, 상담, 각종 문의를 위해 찾은 사람들로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센터는 시장통이 됐다.

복지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43)는 최근들어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한달째 하루 100건이 넘는 전화를 받고 수백건의 재난소득 지급 정보를 입력한다”며 “방문 민원인들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거의 소리지르다시피 큰 소리로 설명하지 않으면 잘 못들어서 계속해서 큰소리를 내고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시 재난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한 3월 말부터 평일에는 매일 9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추가근무를 하고 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각종 방문 및 전화 민원을 상대하고 오후 6시경부터는 전산입력에 들어간다. 하루에도 200~300건씩 입력하다보니 손목과 팔목에 염증이 생겨 파스를 붙이고 3,4시간 넘게 소음에 노출되다보니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 최 모씨(28)는 “하루에 최소 한번 이상은 소리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진상' 민원인이 있다”며 “설명을 여러번 하는 것도, 근무를 오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니까 참을 수 있는데 갑질하고 억지를 부리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례적인 상황…현실적인 해결책 고안해야

이전부터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는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월 경남 울산 중구청에는 ‘수급비가 줄었다’고 착각한 민원인이 쇠파이프로 담당 계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원인들의 폭행, 고성으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복지공무원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는커녕 갑작스럽게 시작된 재난지원금으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피로는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복지공무원은 “지자체 지원금은 이제 좀 끝나가는 가닥이 보였는데 오는 18일부터 지급되는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좋은일 하는거니까 조금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이례적인 상황인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말단 공무원들의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원래 업무에다가 재난기금업무가 플러스 알파된 상태로 한달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아니냐”며 “센터에 따라 업무 부담 정도는 다르겠지만 재난기금 업무가 복지직 공무원에게만 과도하게 쏠리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도청 등 상위 지자체에서 다른 업무의 공무원도 나눠서 할수있도록 지침을 내리거나 복지공무원 은퇴자 중에서 경력자를 한시 기용하는 방법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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