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곤두박질쳤다지만 서울 강남 영동대로와 도산대로에 있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 매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 수입차 딜러는 “직접 매장을 찾는 손님은 줄었지만 전화 문의는 작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4월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1만1602대로 전년 동기(7603대) 대비 52.6% 늘었다. 수입차가 가장 많이 팔렸던 2018년(1~4월 9886대)과 비교해도 17.4%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에서 1억원 이상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까지 1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4.9%로 뛰었다. 수입차 여섯 대 중 한 대가 1억원 이상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수입차가 워낙 많이 팔리다보니 ‘남들과 다른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벤츠 판매량은 7만8133대로 한국GM(7만6471대)보다 많았다. ‘흔해진’ 벤츠나 BMW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차를 원하는 이들이 럭셔리 브랜드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문화도 고가 수입차 판매를 늘린 원인 중 하나다. 같은 급 차량을 비교하면 SUV가 세단보다 1000만~2000만원 이상 비싸다.
고가 수입차를 법인차량으로 구매하는 문화도 한몫했다. 올 들어 팔린 람보르기니 차량 84대 중 94%에 달하는 79대는 법인 명의다. 롤스로이스 차량 42대 중 39대, 벤틀리 차량 63대 중 53대가 법인차다. 정부는 2016년 세법을 개정해 차량 구입 및 유지비를 연 1000만원 이상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산 뒤 개인용으로 쓰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무늬만 법인차’ 수는 여전한 셈이다.
3월부터 개별소비세가 5%에서 1.5%로 인하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1억원이 넘는 슈퍼카를 구매하는 이들 다수는 경기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비세가 낮춰진 틈을 타 고가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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