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하자면서…자꾸 조건 내거는 한국당

입력 2020-05-15 17:25   수정 2020-05-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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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을 추진 중인 미래통합당과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 시기와 방식을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통합당은 조건 없는 즉각적인 합당을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 내에선 통합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가 일단락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기류가 강하다. 통합 방식에서도 한국당은 통합당의 일방적 ‘흡수 합당’이 아니라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주호영·원유철, 합당 시기 ‘엇박자’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통합당과의 합당 시기에 대해 “법적인 합당 절차를 밟아야 하고 당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필요하다”며 “한국당은 민주 정당인 만큼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을 하려면 당명이나 당선자들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당 사무처 직원 배치 등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합당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합 방법에 대해선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원 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양당 합당을 위한 수임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명확한 합당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원 대표는 이날 21대 당선자 총회에서도 “통합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가 의도치 않게 길어지고 있다”며 “합당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시기는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당선자 사이에서도 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독자 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당선자 총회에서 이달 26일 전당대회를 열어 ‘5월 29일까지’로 명시된 원 대표 임기를 ‘통합당과의 합당 시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통합당 내에선 “독자 노선을 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한 것도 당직 배분 등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태도에 주 원내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무조건적·즉각적인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고, 통합 준비도 다 돼 있다”며 “저쪽(한국당)이 (결정을) 빨리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통합당, ‘탄핵의 강’ 건너라”

통합당 내에선 한국당과의 합당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고 당 재건 및 쇄신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의동·오신환 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길 잃은 보수 정치,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 뒤 당내 30·40대 총선 출마자들의 쇄신 모임인 ‘젊은미래당’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낡은 보수 정치와 단호한 결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뇌가 없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통합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탄핵 총리’인 황교안 씨에게 대표직을 맡긴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통합당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주체도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우 보수 세력과 단절하고 정상적인 보수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은 여당과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내놓는 생산적인 당이 돼야 한다”며 “여당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 생각을 하라”고 강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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