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1세대 창업자인 최호일 펩트론 대표(사진)는 18일 “투자자 사이에서 기술수출도 안 하고 ‘거짓말만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올해는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인 최 대표는 1997년 창업했다. 약물 효능 지속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PT320)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항암 효과를 내는 신약(PAb001)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같은 LG생명과학 출신이자 대전에 뿌리를 내린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와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등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레고켐바이오가 일곱 건의 기술수출을 하는 동안 펩트론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대표는 “항암 신약에 대해 미국 업체 네 곳, 유럽 업체 세 곳과 구체적 협상에 들어갔다”며 “작년에 물질이전 계약을 한 뒤 진행한 실사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항암 신약은 세포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인 뮤신1(MUC1)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다.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뮤신1이라는 당단백질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뮤신1의 뿌리 부분에 약물을 고정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펩트론은 다음달 미국 암연구학회 연례학술회의(AACR)에 참가해 이 약물에 대한 비임상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기술(ADC) 등 모든 적응증에 대한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펩트론은 파킨슨병 치료제 PT320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 약물은 당뇨병 치료물질 엑세나타이드에다 펩트론이 보유한 약효 지속 플랫폼을 더해 파킨슨병 치료제로 바꾼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엑세나타이드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 특허에 대한 글로벌 독점시행권을 2014년 인수했다.
최 대표는 “연구 결과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인 혈뇌장벽(BBB) 통과율이 2%로 기존 약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혈뇌장벽은 약물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다. 펩트론의 치료제는 혈뇌장벽 안으로 들어가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최 대표는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질병인 파킨슨병 치료 효과만 입증되면 연 6조원의 시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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