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야 진짜 배달이 가능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푸드테크 컨퍼런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식품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배달로봇의 개발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보도블럭을 따라 햄버거, 피자 등을 배달하는 배달로봇이 이미 상용화됐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자유롭게 오가는 로봇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로봇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약속은 6개월이 지나 구체화됐다. 우아한형제들은 18일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타워’를 서울 방이동 자사 사옥에서 시범서비스 한다고 18일 밝혔다.
딜리타워는 빌딩 시스템과 연동돼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다. 7층에 근무하는 직원이 배민 앱을 통해 층마다 설치된 QR코드를 읽은 후 주문을 하면 딜리타워가 18층 카페에서 음료를 싣고 갖다주는 방식이다. 음료를 최대 12잔까지 실을 수 있다. 1초당 1.2m를 운행할 수 있다.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딜리타워는 로봇팔로 승강기 층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로봇 자체가 빌딩과 연결이 돼 있어 스스로 승강기를 호출하고 내릴 수 있다. 주문자는 로봇이 도착하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를 입력해 적재함 뚜껑을 열어 음료를 꺼낼 수 있다.
딜리타워는 현재 방이동 사옥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다른 오피스 빌딩이나 아파트로 서비스를 넓히려면 엘리베이터 제조사, 건물주, 입주민 모두와 협의를 해야 한다. 다른 빌딩 엘리베이터 시스템에 접속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와 ‘배달로봇-엘리베이터 연동 관련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연내 사무빌딩과 숙박시설 각 한 곳애 딜리타워를 배치할 예정이다.
딜리타워는 1인가구나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이더와 만나지 않고도 음식배송을 받을 수 있고, 낮선 제3자가 초인종을 누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는 “지난 5일간 총 94건의 주문을 받아 기계 오작동 없이 잘 서비스했다”며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등 대형 건물에 입점해 있는 커피숍, 베이커리 등의 점포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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