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심시간'에 문 닫으면…"휴식 보장" vs "불편 초래"

입력 2020-05-18 11:05   수정 2020-05-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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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중은행,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10만 노동자가 활동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9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한다.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진행한 후 2차 교섭이다. 금융노조 임단협은 통상 3월 초 시작해 9월께 마무리됐다. 교섭은 평균적으로 7~8차례 정도 진행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늦게 시작된 만큼 9월을 넘길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34개 요구안이 포함된 '2020년 산별교섭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사항'은 상견례 전인 지난 3월 말 사용자협의회에 전달됐다. 상견례에서는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번 2차 교섭에서는 사용자협의회의 의견을 듣고 향후 협상 과정을 논의한다.

금융노조 측 주요 안건은 10개 정도로 추려진다. 정년 65세 임금피크제 60세 적용, 임금 3.3% 인상, 주 35시간 근무제 추진, 점심시간 사업장 폐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금융인공제회 설립 추진 등이다.

이 가운데 정년 65세 임금피크제 60세 적용, 주 35시간 근무제 추진, 점심시간 사업장 폐쇄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정년 연장과 하루 근무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는 주 35시간 근무제 추진은 수십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후폭풍이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 "점심시간 1시간 사업장 폐쇄" 이유는?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직원들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 달라며 점심시간 동시 사용을 요구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동시에 쉴 수 있도록 사업장을 1시간 폐쇄하자는 것이다.

은행의 점심시간 사업장 폐쇄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임단협에서 동일한 내용이 요구안으로 나왔다. 당시 양측은 사업장 폐쇄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해 개인 영업용 PC에 탑재된 시스템을 1시간 끄는 '점심시간 PC오프제'로 타협을 봤다.


영업점 직원의 경우 현재 2~3교대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고객이 몰리는 만큼 대부분 20~30분 만에 식사를 해결하고 바로 업무에 복귀한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다른 직원들을 위해 1시간 전부를 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8년 점심시간 PC오프제가 도입됐지만 일부 은행(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에만 적용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소상공인 긴급대출 수요가 늘어 사문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고객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직장인들이 업무를 많이 보는 시간을 피해 유연하게 운영하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병원 점심시간과 비슷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많은 병원들이 점심시간을 오후 1시 이후로 정해 해당 시간 이용고객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직장인은 어쩌라고"…불편 지적 목소리도

반면 안 그래도 은행이 오후 4시에 문을 닫아 업무볼 시간이 부족한 데, 점심시간에도 문을 닫는 건 고객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확산으로 지점 방문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대출 상담 등을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상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같은 요구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유럽에서 은행들이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문을 닫고 있는 등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만큼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지점 폐쇄 같은 극단적 선택보다 1시간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유연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점심시간 시작 시간을 1시로 미루고 그 이후에 PC오프제를 적용하거나 지점장 아이디로만 업무를 볼 수 있게하는 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문을 닫으면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점심도 못 먹고 은행에 오는 고객도 많다. 정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윤진우/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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