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반 기준으로 달러당 1231원10전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보다 10전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가격이다. 올해 1월2일 1158원10전을 기록했던 환율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천정부지로 뛰어 지난 3월19일 1285원70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3월19일 오후 10시 한·미 통화스와프 직후 내림세를 보이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환율은 지난 4월20일부터 이날까지 1220~1240원선을 맴돌면서 더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처럼 1220원 선에서 더 내려가지 않는 흐름이 보인 이유로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산되는 미·중 갈등, 경상수지 적자 우려, 외국인 투자자 이탈 움직임 등이 꼽힌다.
(1)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우려감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우려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달러 선호도는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누적 확진자가 28만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에 육박했다. 신규확진자는 지난 17일에만 9709명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재개에 나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CNN은 최근 1주일간(5월 7∼13일) 인구 10만명당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환자 수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사우스다코타·아칸소·메인주에서 신규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은 경제 재개에 나선 곳들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유럽의 경제 재개 움직임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 2차 유행 우려감만 증폭시켰다"고 평가했다.
(2)악화일로로 치닫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미·중 갈등이 고조된 것도 원화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소 냉전에 이은 '코로나19 신냉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갈등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1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투자를 전면 차단할 것이라고 엄포도 놨다. 세계 경제 1,2위 국가의 정면 충돌로 외환시장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 애플과 퀄컴 등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는 등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자산과 통화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3)경상수지 적자
경상수지 감소는 달러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고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에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1~10일 동안 무역수지도 26억3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달 무역수지, 경상수지 동시 적자 가능성도 열려 있다. 두 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된 2012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돌면서 공급망을 파괴하고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는 만큼 한국의 수출실적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로 원화가치가 재차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4)외국인 이탈 조짐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직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2월 3조3129억원, 3월 12조5542억원, 4월 4조996억원으로 조단위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이달 1~15일에도 3조363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증시에서는 발을 빼고 있지만 국내 채권은 줄줄이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채권 58억20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데다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40%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 내년 5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신용도를 좌우할 국가채무비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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