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아닌 식물서 백신 추출…미래 '전염병 대응 모델' 된다"

입력 2020-05-19 16:06   수정 2020-05-19 16:08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에 유행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한 형태지만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위기의식을 느낀 각국에서는 모든 역량과 자본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백신은 개발 속도가 느리고 바이러스는 백신 개발도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변이 많을수록 백신 개발 힘들어

인체는 바이러스, 세균 등 자신과 다른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 외부에서 체내로 들어오면 이를 인식한 뒤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백신은 인체가 인식할 수 있는 바이러스와 세균의 단백질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부분은 제거한 물질을 가리킨다. 백신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왔다고 인식하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향후 진짜 바이러스와 세균이 침투했을 때 방어막 역할을 한다.

백신 개발의 관건은 바이러스와 세균의 단백질 중 어느 부분을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단백질의 모양이 변이에 의해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종류와 구조를 알고 어떤 특정한 단백질을 백신으로 개발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해당 단백질의 모양이 바뀔 수 있다. 대개 백신으로 이용하는 단백질은 우리 몸에 문제를 발생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별다른 기능이 없고 단순히 바이러스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분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도 바이러스의 원래 기능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쉽게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백신을 개발하려면 변이가 생기기 어려운 단백질을 찾아내거나 바이러스의 기능에 중요하지만 인체에 큰 영향이 없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변이가 심할수록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다.

○박테리아·식물로 백신 생산

백신을 개발했다면 이를 대량 생산해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DNA 구조가 밝혀지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재조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제 우리는 백신의 DNA를 재조합, 다양한 생물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테리아다.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지도’인 DNA를 박테리아에 넣어주고 박테리아를 잘 키워서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알아서 DNA를 보고 백신을 생산해 자신의 몸속에 쌓아놓는다. 우리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속에 든 단백질(백신)만 쏙 빼내면 된다.

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백신만 잘 골라내는 작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박테리아에는 독성물질이 많다. 백신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남아 있다면 인체에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 부담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에 일종의 ‘표시’를 해 둔다. 이 표시는 생물마다 다른데 문제는 표시에 의해 단백질의 기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백신이라도 어떤 생물을 이용해서 만드느냐에 따라 그 기능에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최근 박테리아가 아닌 식물에서 백신을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는 배경이다. 식물은 박테리아와 달리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미국 바이오기업 맵바이오파마수티컬은 에볼라 백신을 식물에서 추출해 상용화했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을 박테리아와 식물 두 종류 모두에서 확보하고 있다면 백신을 생산하기가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식물 기반의 전염병 대응 모델 필요

박테리아는 많은 영양분이 들어 있는 물(배지)에서 자란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하려면 거대한 수조가 필요하다. 대용량 배지에서 박테리아를 분리 및 정제하려면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때 박테리아를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백신 생산이 가능한 식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백신의 DNA를 가지고 있는 식물을 잘 키워서 씨앗을 대량으로 확보해 놓으면 된다. 씨앗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부피도 작아 얼마든지 많은 양을 확보해 놓을 수 있다. 만약 전염병이 빠르게 퍼질 경우 씨앗을 뿌려 식물을 땅에서 키운 뒤 한두 달 뒤에 잎을 수확해 백신을 뽑아낼 수 있다. 박테리아 기반 생산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식물에서 백신을 발현시켜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일반적인 식물을 약초(藥草)로 바꾸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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