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계 대형 벤처캐피탈(VC) 비커스 벤처 파트너스(Vickers Venture Partners·이하 비커스)가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6호 펀드 자금 유치에 나섰다. 올초 목표 금액의 40%인 2억 달러 이상을 모으며 1차 클로징을 완료한 데 이어 최종 클로징을 위해 국내 출자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작업을 벌이고 있다.
1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커스는 최근 해외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6호 펀드에 대한 2차 펀딩에 나섰다. 비커스는 작년 말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 ‘해외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돼 1600만달러(약 192억원) 가량을 출자 받았다. 현재 한국성장금융의 해외 벤처펀드 출자 사업 등에 제안서를 내고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커스 6호 펀드는 최종 모집 규모가 5억달러로, 시리즈 A~B 수준의 초기 단계 딥 테크(deep tech·기저 기술)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비커스는 후속 펀드가 이전 펀드에서 발굴한 유망 기업에 펀드 전체의 절반 가량을 투자하는 ‘베스트 오브 비커스’(Best of Vickers)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모델의 확장성과 기술력이 검증된 스타트업에 대한 후속 투자로 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잡는 전략으로 2017년 기업가치 100억원이 넘는 ‘데카콘’으로 등극한 미국 생명과학 스타트업 새뭄드(Samumed)가 이 전략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빅커스는 6호 펀드 역시 전체의 절반 가량을 베스트 오브 비커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1차 펀딩을 마치고 투자에 들어간 6호 펀드는 새뭄드를 비롯해 완전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미국 RWDC, 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 매치무브페이(Matchmove pay) 등 6개 기업에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지카와 뎅기열 등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합성 백신을 개발하는 영국 이머지엑스(Emergex)등 새롭게 발굴한 기업들도 다수 포트폴리오에 담겼다.
비커스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술 강국인 한국에도 투자할 만한 딥테크 스타트업이 많다”며 “딥테크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한국 내 VC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커스는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에 대한 초기 투자로 최대 주주에 올라 상장(IPO)까지 이끈 벤처캐피탈리스트 피니안 탄(Finian Tan)이 바이두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설립한 VC다. 현재까지 5개의 블라인드 펀드와 공동 펀드를 통해 총 1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고, 평균 순 내부수익률(IRR) 25%을 기록하며 글로벌 VC로 자리잡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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