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출장에 코로나 검사만 세 번…이재용 "순조롭게 진행"

입력 2020-05-19 17:32   수정 2020-05-20 00:58


지난 17일부터 2박3일간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국 출장이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4개월 만에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을 찾았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짧은 중국 출장을 위해 세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출국 전 건강상태 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한 차례, 중국 입국 직후 다시 검역 절차를 거치며 검사를 받았다. 지정된 호텔에 갇힌 채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이 출국한 17일이 아니라 18일 이뤄진 이유다.

귀국길엔 또 한 번의 검사를 받았다. 19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정부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6시간을 대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요한 사업상 목적이나 학술적, 인도적 활동 등의 사유가 있는 입국자에게 적용하는 정부 지침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새로운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20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한·중 ‘신속통로’ 절차로 중국을 7일 이내 일정으로 다녀온 기업인은 귀국 후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이 부회장은 대신 능동감시 대상으로 2주간 모바일 자가진단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매일 입력하고 방역 당국자와 매일 한 차례 이상 통화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18일 출장 마지막 일정으로 후허핑 산시성 당서기, 류궈중 성장 등 고위 인사들을 면담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있는 시안은 산시성의 성도다.

산시성 고위 간부들은 삼성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지역 주민들에게 방역물자를 지원한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후 서기는 “외국인 투자 기업의 생산 재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산시성 내 삼성의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산시성 정부의 방역 지원에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성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력 영역을 넓히고 교류를 늘려 산시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17일 중국으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후 서기 등을 만나기 전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시안공장은 낸드플래시 최첨단 제품인 V낸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8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투자해 시안 1공장을 완공했다.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투입한 시안 2공장 1단계 공사는 지난 3월 끝났다. 현재 80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들여 2단계 시설을 짓고 있다.

산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기술 초격차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시안을 방문지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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