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0.2%로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예상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민간 연구기관에 비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고 KDI는 경고했다.
KDI는 20일 '2020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배경을 밝혔다.
올해 민간소비는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가운데 해외여행 제한으로 서비스 수입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수출은 주요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총 수출과 상품수출은 각각 3.4%, 1.7%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0.4% 올라 2년 연속 0%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KDI는 코로나19 종식 시나리오에 따라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유행하고, 현재 수준의 이동제한과 봉쇄가 이어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1.6%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역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KDI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적책은 1,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23조9000억원 규모의 재정이 집행됐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는 3차 추경 등을 통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추가 재정지출은 한시적이고 가역적이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고착화될 수 있는 복지 예산에 재정을 쓰는 것보다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로 국세 수입이 급감할 것을 예상하며 장기적으로는 증세 등 수입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줄 것도 주문했다. 코로나19로 경제성장세가 위축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0%대로 하락하면서 기준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금리 인하 후 필요에 따라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큰 폭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9%로 반등하는 것처럼 전망됐지만 기존 예상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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