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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언론산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2019년 광고시장에서 그 전주곡은 울렸다. 광고대행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매출은 2018년 대비 15% 이상 줄어들었다. 케이블방송시장도 예측과 달리 감소했다. 신문의 경우도 나빠졌다. 반면 이탈하는 광고는 디지털로 이동했다. 고정형 인터넷(PC)와 이동형 인터넷(모바일)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은 지난해 3조2824억원의 광고시장을 형성했다. 2018년 대비 17.2% 커졌다. 디지털 광고시장은 총 5조532억원으로 방송(3조6905억원)과 인쇄(1조6829억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아졌다.
2018년말 현재 국내 신문업계 매출에서 광고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3%다. 종이신문 판매수익 10.3%, 디지털을 포함한 콘텐츠 판매수익 8.3%와 견줘보면 여전히 압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신문업계는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 성적표가 나쁘다.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 비해 디지털 경쟁력도 낮지만 영세성으로 투자도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본 규모 1억 원 미만인 신문사는 548개(48.9%)로 가장 많았다. 1~10억 원 미만도 388개(34.6%)나 됐다.
매출 부문은 양극화가 뚜렷하다. 2018년말 현재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신문사는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대형 신문사에 편중돼 있다. 전국종합일간지 11개 신문의 매출액 규모는 전체의 36.6%나 된다. 이때문에 대다수 신문사들은 디지털화에 따른 전산 시스템 및 디지털 인력 확보에 고충을 겪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디지털 기사 입력기(CMS)를 도입하는 지역신문사가 나올 정도다.
미디어 이용률은 악화일로다. <2019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포털에서의 뉴스 이용률은 72.4%나 된다. 국민 열 명 중 4명은 주로 포털로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 종이신문은 이용률과 이용시간, 구독률까지 모두 급감세다. 지난해 조사 결과 지난 한 주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는 응답자는 12.3%에 그쳤다. 일 평균 이용시간은 4.2분이다. 구독률은 6.4%다.
시청률처럼 실제 미디어 이용률이 가감없이 적용된다면 신문업계의 광고매출은 협찬성을 포함하더라도 미끄럼을 탈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 양질의 광고 유치는 더 먼 이야기다. 많은 이용자가 찾는 소셜미디어, 포털사이트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몰리는 유튜브 시장의 경우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지만 신문사 소규모 영상조직이 따라잡기도 벅차다. 콘텐츠 안에 세부적인 요소를 채우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가장 선도적인 혁신을 전개해온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물론 온라인 광고도 중요하지만) 뉴스 유료화가 궁극적인 혁신 목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뉴스 유료화'는 '일반적인 뉴스'의 유료화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고객 정보를 축적하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단계이다. 이후 점차 고객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과제다"라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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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긍정적인 측면은 '결합열독률' 지표다. 2019년 기준 88.7%다. 결합열독률이란 종이신문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으로 기사를 읽은 비율을 뜻한다. 디지털에서 뉴스를 많이 본다는 의미다. 다만 이렇게 높은 결합열독률에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광고수입은 좋지 않다.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유튜브 등 시장을 독식하는 플랫폼이 다 가져가서다. 해외 유력 언론사가 자사 채널에서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배경과 비슷하다.
문제는 국내 언론에 대한 신뢰도나 충성도가 낮은 부분이다. 1% 안팎의 지불의사가 이를 방증한다. 네이버가 '매체 브랜드 중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언론사 구독판'의 실제 효과도 딱히 없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결합열독률의 수치는 신문 기사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뉴스 유료 구독으로 전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소한 신문사 전체가 동일한 목소리로 플랫폼, 서비스, 디바이스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신문업계의 뉴스 유료화 논의는 기술적 이슈, 산업적 이슈, 정치·사회적 이슈 등 세 부분으로 전개됐다. 기술적 이슈란 서비스 질을 높이고 결제 편이성 등을 제고하는 기능적 문제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술혁신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적 이슈는 포털사이트 중심의 뉴스 유통정책을 정비하는 외부 요인과 속보-편향-선정 같은 저널리즘의 그늘을 걷어내는 내부 혁신 문제로 볼 수 있다. 한때 뉴스 유통환경 개선을 위해 '언론사 연합 포털' 제안이 있었다. 또 한국신문협회의 뉴스전재료 현실화 분석 보고서도 나왔다. 하지만 언론사별 셈법이 다르고 포털사업자의 난색 표명으로 유야무야됐다.
이 과정에서 기술·인력·조직 등 단위 언론사 차원의 디지털 혁신투자는 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실행됐다. 파괴적 해체와 전면적 쇄신으로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이 바탕 위에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는 '성찰의 저널리즘'을 바라는 목소리와 닿아 있다. 이념과 진영 기반의 언론지형은 독보적인 저널리즘, 지혜의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 같은 저널리즘의 미래모델로 진입하는 데 원초적인 장애물이라는 비판이다.
코로나19 이후 일부에서 언론사에 대한 공적 재원 투입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적인 여론 질서를 담보하는 신문산업을 국가가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다양한 배경에서 언론산업 지원의 당위성은 있지만 시민에게 비춰지는 신문의 모습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언론의 존재감이나 효능감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뉴스 유료화'를 둘러싼 변수는 언론계 안팎에 가로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오히려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보다 본질적인 디지털 혁신과 전환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면 '뉴스 저작권 관리'다. 뉴스가 어디에서 쓰여지는지, 제대로 가치를 받는지 전담하는 부서나 전문가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저작권 대응 가이드를 갖춘 곳도 거의 없다. 뉴스 저작권 사업을 전개해온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민간기업 16%, 공공기관 53% 정도만 뉴스저작권 상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장의 낮은 저작권 인식에 대해서는 언론사 공동대응이 절실하다. 신문업계 전체가 '자산 전략'으로 다뤄볼 만한 카드다.
언론사 별로 독자 인식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뉴스 이용자, 종이신문 정기 구독자 등 오디언스(audience) 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독자투고난, 댓글공간을 비롯 독자 의견 반영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단순히 뉴스를 보는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에 기여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새로운 독자'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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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도를 적극적으로 비평하는 내부 활동도 중요하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저널리즘 평가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내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론지'라는 간판만 앞세우지 말고 사실과 논거는 구체적이고, 비판 잣대는 균일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뉴스조직 스스로 공정보도 감시 역할도 중요하다. 저널리즘 신뢰 회복의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뉴스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얕은 속보'로 빨려들어오는 휘발성 이용자 통계와 단순 트래픽 순위 의존은 줄여야 한다. 뉴스를 얼마나 끝까지 봤는지(스크롤 심도, scroll depth), 뉴스 사이트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duration time), 반복해서 방문하는 카테고리와 기자, 뉴스댓글(comments) 빈도와 수준 등 이용자의 충성도와 관여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콘텐츠 평가와 채널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 교류(커뮤니티)를 확장해 강력한 독자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 로그인을 하고-가입을 하고 관계를 맺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가능한 인터페이스와 혜택 제공도 체계화해야 한다. 독자에게 다가서는 '독자 퍼스트'가 없이는 '뉴스 유료화'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지역신문이 문을 닫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내 정보전달과 여론질서가 황폐해지는 일종의 '뉴스 사막화' 현상이다. 한국은 최근까지도 양적인 측면에서 계속 매체가 늘어나 작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뉴스 정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신문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18년말 기준 전국적으로 8,171개나 된다. 전체 정기간행물 수도 2만 개를 넘었다.
이런 가운데 지역신문 단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역신문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지원정책 마련을 '건의'했다. 서울 소재 한 대형 신문사는 이달부터 그룹 차원의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은 비용절감에 나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한국언론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 놓을까? 언론사 간 이해관계를 넘어서 넓은 지평을 다지는 장면은 가능할까? 저널리즘의 소명을 지키고 독자를 끌어안는 진정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은 시작할 수 있을까?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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