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2.08(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2월(-0.3%), 3월(-0.9%)에 이어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 내렸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를 뜻한다.
석탄·석유제품 물가가 전달에 비해 22.6% 하락하면서 전체 생산자물가를 끌어내렸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43.5% 떨어졌다. 두 기간 기준으로 석탄·석유제품 물가의 하락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화학제품 물가는 전달에 비해 2.2%,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6.4% 하락했다. 이들 제품 물가가 일제히 떨어진 것은 국제 유가 폭락 영향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4월 평균 배럴당 20.39달러로 전달(33.71달러)에 비해 39.5% 떨어졌다.
하지만 농림수산품 가격은 전달에 비해 0.2%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바깥 활동과 외식을 자제하면서 식재료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돼지고기(9.9%), 소고기(6.3%) 물가를 중심으로 뛰었다. 참외(-24.8%) 호박(-48.6%) 오이(-38.4%) 등은 출하량이 늘면서 급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달에 비해 변화가 없었던 반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D램 물가는 전달 대비 7.4% 올랐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물가를 밀어올릴 ‘수요 압력’이 약화된 만큼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1%에 그쳤다. 이달 소비자물가가 하락한다면 지난해 9월(-0.4%) 후 8개월 만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이달부터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풀리면서 소비 활동이 전월보다는 활발해지겠지만 소비 활동과 물가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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