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실 티스템 대표(사진)는 21일 “면역 거부반응의 원인인 세포막을 제거한 줄기세포를 병원에 미리 비치한 뒤 투여하면 환자들의 면역 과잉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막줄기세포는 기존 줄기세포의 단점인 치료 기간과 면역 거부반응을 줄인 3세대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면역 거부 없앤 줄기세포
티스템은 무막줄기세포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는 환자의 지방이나 골수에서 뽑아낸 자가줄기세포를 배양해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면역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배양에만 한 달이 걸리는 등 치료 기간이 길다. 촌각을 다투는 코로나19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동종줄기세포 치료 방식도 있지만 보관 문제로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생산이 쉽지 않다.
티스템은 기존 줄기세포 치료 방식의 약점을 최대한 없앴다. 우선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막을 제거했다. 세포 안의 항염 및 재생 효과 물질만 추출해 동결건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줄기세포에서 세포막을 없앤 뒤 미세한 채로 유효물질만 걸러내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이미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고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티스템은 이 줄기세포를 가루로 만들어 작은 약병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에 미리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면역 거부반응이 없다 보니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맞아도 된다.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 SCI 논문 게재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일반인의 지방 200g을 떼내 6mL짜리 주사제 3만 개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줄기세포는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관절염 치료제 등으로 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 치료제로 더 관심받고 있다. 전신에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일으켜 사이토카인 폭풍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체가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해 면역체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증상이다. 김 대표는 “정맥주사를 맞는 즉시 치료 물질들이 폐로 이동해 염증을 잡아준다”며 “사이토카인 폭풍을 잠재우는 항염 효과가 있다는 걸 최근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이탈리아 산부인과 의사 조르지지오 피셔에게 전수받아 국내 처음으로 지방흡입 수술을 도입한 성형외과 전문의다. 2004년 지방흡입학회를 조직한 데 이어 지방에서 떼낸 줄기세포를 사업화하기 위해 2007년 티아라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줄기세포 연구의 길로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무막줄기세포를 이용해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께 임상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탈모 등에도 효과가 좋아 탈모 치료제와 화장품도 다수 내놨다. 김 대표는 “독성이 없는 등 비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며 “5년 뒤엔 최종 허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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