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나오면 시장은 대책' 전·월세 신고제 양면성 봐야 한다

입력 2020-05-21 18:23   수정 2020-05-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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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월세 거래 때도 주택 매매처럼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전·월세 신고제’를 내년 하반기 도입할 방침이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차 계약 후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이 30일 이내에 시·군·구청에 보증금·임대료 등 계약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2006년 부동산 거래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매매 시 30일 이내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됐지만 임대차 계약은 아직 신고의무가 없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 신고제에 긍정적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제도 도입 목적으로 세원(稅源) 투명성 확보와 세입자 보호를 들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임대용 주택 673만 가구 중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아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505만 가구의 정보가 드러나게 된다. 그런 만큼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세원 투명성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특히 부동산에 관한 한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에선 대책을 세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집주인이 늘어나는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해 세입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급증한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전세 매물의 씨가 말라 주요 지역 전셋값이 이미 크게 오른 터다.

정부가 신고제와 함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제도 시행 전에 임대료가 대폭 오르는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989~1990년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1년→2년)의 영향으로 전·월세 가격이 연평균 20%가량 급등한 선례도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에 앞서 무엇이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매매시장에도 공급의 씨가 마르면서 인기 지역 일반분양은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집을 임대하기도, 매매하기도 어렵게 만든 원인부터 해소하지 않는 한 ‘집 없는 서민 보호’라는 정책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커질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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