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교육이 만드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입력 2020-05-25 09:00  

조선시대 과거 급제는 양반으로의 신분 유지, 혹은 신분 상승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한 번의 급제로 명예, 부(富), 기회를 동시에 얻고 존경받으며 생활할 수 있었다. 16세기, 관학이 쇠퇴하고 사학이 융성하며 과거제도는 비판을 받았다. 지원자의 인격에 대한 검증이 없고, 결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선비들이 합격에만 매달리도록 만들어 인격 수양보다는 한 글자씩 뽑아 외우는 편법이 유행하도록 조장했고, 과거 시험의 모범 답안집이 누대에 걸쳐 축적돼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과거 시험의 합격자 중 절반이 서울 출신이었으며, 지방 합격자도 주요 도시에 편중됐다. 지역 격차가 심화됐고 교육의 불평등은 커졌다.

오늘날에도 한국의 교육열은 여전히 뜨겁다. 효율 높은 공부를 위해 사교육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신뢰받는다는 점, 대입에서 인성을 평가하는 부분이 부족하고, 결과주의적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사교육 시장은 기형적으로 발전해 주요 도시에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입시에 관한 팁과 스킬이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과거에 급제해야 성공하고, 좋은 대학에 합격해야 생존하는 세상이다. ‘공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공하기 힘든 시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입시에 매달린다. 한 가지 시험에 많은 사람이 뛰어들기에 경쟁률은 치솟고, 경쟁률이 치솟으니 학생들은 참된 배움보다 문제를 푸는 스킬을 우선으로 연마한다.

대입은 과거와 닮았다. 가장 공통된 특징은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기회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선이다. 명문대생이 귀한 사람이라는 의식은 위험하다. 대학은 높은 신분에 오르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며, 대입은 과거제가 아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 지식을 얻고 학문을 배우기 위해 가야 할 곳이다.

교육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껏 한국은 ‘대입’이라는 한 가지 큰 도로만 꿈을 향해 연결돼 있었다. 한 곳에만 교통량이 집중되니 도로는 매일 수리해도 망가지기 쉬웠고, 포장은 쉽게 벗겨졌다. 하지만 운동을 향한 길, 글쓰기를 위한 길, 악기 연주의 길, 그 밖에도 무한한 꿈을 향한 무한한 길이 만들어진다면, 그리고 길과 길을 서로 비교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면, 차가 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이지섭 생글기자(대영고 3년) gseo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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