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5년 카카오 시총, 44년 현대차 넘어섰다

입력 2020-05-22 14:21   수정 2020-05-22 16:13



국내 증시에서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업 지형의 변화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는 탈(脫) 세계화와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 카카오, 장중 현대차 제쳐

22일 장중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의 시총이 국내 대표 제조업 기업인 현대차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3분 기준 카카오의 시총은 21조2885억원으로 코스피 9위(우선주 제외)다. 현대차는 20조2344억원으로 10위로 내려갔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언택트) 생활 방식이 빠르게 퍼진 것이 주식 시장에서 카카오와 현대차의 자리를 바꿔놨다. 세계 각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봉쇄 조치로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 등 활동이 제한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기준 시총 1위는 삼성전자다. 이어 SK하이닉스 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현대모비스 셀트리온 LG화학 POSCO 삼성물산 신한지주 LG생활건강 KB금융 SK텔레콤 한국전력 SK 기아차 삼성SDI 삼성에스디에스 순이다.

하지만 이날 기준 시총 상위주 순위는 과거와는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위로 올라왔고, 현대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POSCO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바이오와 IT 등의 종목이 시총 상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총 상위 종목은 한국 산업의 지형을 한 눈에 보여준다"며 "상위 10개 종목은 코스피 전체 시총의 30~50%를 차지하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새로운 종목이 시총 10위권에 들면 대체로 2년 이상 지위를 유지했다. 올해 승기를 잡은 종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2006년 아이위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흥행과 함께 본격 성장해, 1967년 창립 이후 글로벌 기업이 된 현대차 수준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 언택트 시대…현대차·카카오 실적 전망도 갈랐다

현대차와 카카오를 바라보는 증권가(街)의 시선도 엇갈렸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추정 매출은 3조8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01%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158억원, 3177억원으로 10.08%,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초발한 언택트 시대의 가속화로 페이, 뱅크, 페이지 커머스 등 카카오의 언택트 비즈니스들이 모두 우호적 사업환경을 맞았다"며 "고성장 에너지는 앞으로도 지속돼 손익이 더욱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급락할 전망이다. 올해 추정 매출은 전년 대비 3.05% 감소한 102조517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65%. 11.64% 줄어든 3조3656억원, 2조8146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수요가 줄어들면서 당장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 실적 역시 글로벌 수요 감소 영향으로 인한 악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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