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회사채시장에 대규모 미매각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주에만 메리츠금융지주, 현대건설기계, 한화건설이 연이어 채권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정부의 지원사격에도 ‘AA-’등급 미만 회사채 시장엔 여전히 냉기가 가득하다는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신용등급 A-)이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매수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 건설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투자자들이 극도로 몸을 사린 결과다. 이에 따라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4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600억원은 발행 주관과 인수를 맡은 증권사들이 나눠 떠안기로 했다.
사흘 연속 대량의 회사채가 팔리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20일 700억원어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 110억원의 매수주문만 들어온 데 이어 21일엔 현대건설기계가 회사채 대부분을 팔지 못했다. 모집액인 1500억원의 3% 수준인 50억원의 수요만 모으는 데 그쳤다. 두 회사 모두 평소보다 금리를 대폭 높였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잡지 못했다.
정부 지원으로 회사채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A급(신용등급 A-~A+) 이하 채권발행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팬데믹) 국면으로 치달은 지난 3월 이후 나온 A급 이하 회사채의 청약 경쟁률이 대부분 2대1에도 못 미치고 있다.
김진성/이태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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