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오대 등 일본의 8개 대학·연구기관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화와 유전적 요인 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코로나제압 태스크포스(TF)'를 21일 출범시켰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일본인이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이 유럽인이나 미국인과 비교해 낮은 점에 착안해 일본인의 중증화에 관계된 유전자를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실제로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일본이 0.6명 수준으로 스페인(59.3명), 이탈리아(52.8명), 프랑스(43.3명), 미국(27.1명), 독일(9.5명), 브라질(7.6명)과 비교해 눈에 띄게 적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전반적으로 유럽이나 미국보다 코로나19 사망률이 낮게 나타난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높은 마스크 사용률, 의료 시스템 차이 외에 지역집단이나 민족에 따른 유전적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일본 내의 약 40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600명의 혈액을 수집해 유전체(게놈)를 분석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연구팀은 올 9월쯤이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 요인으로 '일본인만의 특성'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 8일 일본 매체인 사쿠라이 요시코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의 공중위생에 대한 높은 의식과 윤리감·연대감 등에 대한 훌륭한 유전자(DNA)를 강하게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선임고문으로 활동 중인 신도 나호코 또한 지난 18일 방송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일본인은 정말 대단하다. 일본의 감염증 대책과 연구 수준은 세계에서도 톱클래스이며, 국민들의 감염증 지식과 이해가 일상생활과 연결돼 있다"며 "다른 나라에선 이를 흉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PCR검사)를 받은 사람이 26만여명 수준으로 주요국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검사를 받지 못해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NHK가 일본 후생노동성과 각 지방자치단체 발표를 종합한 데 따르면 21일까지 일본 전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월 요코하마항에 입항했던 국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12명을 포함해 1만7230명이며 사망자는 812명(크루즈선 탑승자 13명)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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