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공단(이하 공무원연금)이 기금 운용의 목표와 투자정책 및 전략을 명시한 기준서인 금융자산운용지침(IPS)을 개정한다. 그간 환 헤지 원칙을 고수해온 해외 대체투자는 헤지하지 않는 것을 기조로 삼고, 올해 초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를 지침에 반영하는 것 등이 골자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지난 4월말 이사회에 금융자산운용지침 일부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번 지침 개정안에는 환 헤지 정책 변경,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비롯해 공무원연금이 운용하는 금융자산의 2021~2025년도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무원연금은 오는 25일 열리는 공무원연금운영위원회에 개정안을 상정해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해외 대체투자의 환헤지 원칙을 ‘비(非) 헤지’로 바꾼다. 환헤지는 미래 환율을 고정시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다. 공무원연금은 해외 주식은 헤지하지 않고, 해외 채권은 변동성과 수익률 수준 등을 고려해 100% 헤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대체투자 분야는 사모펀드(PEF), 부동산, 인프라 등 상품별 특성이 다양한 만큼 비헤지를 원칙으로 하되 사안에 따라 헤지 비율 설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올초 공식적으로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의사결정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수책위는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 비공개 대화, 비공개·공개 중점관리 대상기업 선정 및 비공개 서한 발송 등 수탁자책임 활동 관련 사안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공무원연금이 공식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기 위한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공무원연금의 중기 자산운용방향을 담은 2021~2025년도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향후 5년 간의 전략적 자산배분 비중을 재산출해 지침에 반영하고 있다. 개정 전 지침은 2020년 말 주식, 채권, 대체투자 비중을 32.7%, 44.7%, 22.6%로 배분하고, 2024년 이 비중을 26.5%, 41.5%, 32%로 변화시키기로 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대신 대체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공무원연금은 작년 말 기준 총 8조2100억원의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채권에 3조7518억원, 주식에 2조8052억원, 대체투자에는 1조653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투자를 통해 지난해 9.56%의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마이너스(-) 5.7%로 수익률이 낮아지며 지난해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의 이번 지침 개정은 해외 투자 증가, 스튜어드십코드와 책임투자(ESG) 강화 등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모든 분야의 해외투자 자산에 대해 환헤지 비율을 0%로 설정했다. 이에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들도 환헤지 완화에 나섰다. 스튜어드십코드 역시 올초 공무원연금의 도입으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까지 국내 3대 연기금의 도입이 마무리됐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향후 투자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검토해 하반기 중 내년 운용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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