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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연결하는 에레즈 지역.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재개를 독려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하려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차량에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신발을 던졌다. 시위대는 반 총장이 그동안 이스라엘에 편향된 태도를 보였다고 항의하며 신발을 던진 것이다. 사건이 있은 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반 총장에게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두 사건 모두 정치적 항의의 표시로 신발이 사용된 사례다.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분노를 표명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대중은 정치인에게 고함을 치거나 야유를 보낸다. 심지어 갖가지 물건을 던지기까지 한다. 계란, 구겨진 종이, 빈 깡통, 토마토, 바나나, 파이 등. 특히 계란이 자주 사용된다. 1986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통가를 방문했을 때다. 당시 영국은 통가와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다. 여왕이 행사를 끝내고 차에 타려는 순간 어디선가 계란이 날아왔다. 여왕의 옷은 엉망이 됐다. 다음날 통가 의회에서 이뤄진 연설에서 여왕이 말했다. “나는 계란을 좋아해요. 다음부터는 아침 식사시간에 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도 유명 정치인 중에 계란 세례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중동에서 신발 투척은 항의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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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중동에서는 구두 밑창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행위를 모욕으로 생각한다. TV,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미국인들이 한쪽 무릎에 다른 쪽 무릎을 올려놓고 대화하거나 전화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유롭고 격의 없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은 이를 실례로 간주한다. 유럽인도 이런 자세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북아프리카나 중동의 이슬람권에서는 실례를 넘어 상대방을 모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의 '구두 디저트'도 논란
2009년 6월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스라엘 측이 발끈했다. 오바마가 구두 밑창을 보임으로써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을 모욕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상대방에게 구두 밑창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큰 모욕인지를 오바마 대통령이 몰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 뒤 이스라엘도 도긴개긴의 실수를 저지른다. 2018년 5월 초 네타냐후 총리 내외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에게 ‘신발 디저트’를 대접했다. 만찬에서 검은 신사화 모양의 금속 용기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던 것. 진짜 구두가 아니라 세계적인 예술가의 조각품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발을 더러운 물건으로 여기는 일본 문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라마다 신발 문화는 다르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은 구두를 신고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서구에서는 워킹슈즈 등 편한 신발을 신고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구두로 갈아 신는다. 동아시아, 동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다. 북유럽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하고 서양에서는 신발을 신고 집 안에 들어간다. 모스크나 불교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인도에서도 사원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다. 신발뿐 아니라 양말까지 벗고 들어간다. 맨발 상태가 정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에 대해서도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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