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잦아들어도 금의 몸값이 계속 상승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각국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선 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의견과 이미 금값이 최고치 수준으로 오른 만큼 우량주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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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돈이 몰린다
25일 국제 선물시장에서 금 6월물은 온스당 1725.65달러에 거래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6% 뛰었다. 지난 18일엔 장중 온스당 1772.70달러까지 올라 2012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국 경제 회복 과정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을 때다. 금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에 출시된 금 펀드의 수익률도 뛰었다. 12개 금 관련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16.92%였다.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곳은 ETF 상품인 ‘삼성KODEX골드선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은 12.64%였다. 전 세계 금광업 및 귀금속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골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27.42%에 달했다. 세계 최대 금광 업체 뉴몬트마이닝과 배릭골드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45%, 42% 뛴 덕분이다.
“1800달러 선 넘는다”
지금 금에 투자해도 되는 걸까. 글로벌 투자 기업들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풀고,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금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몇 달간 금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금은 여전히 가장 저평가된 투자처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금광이 닫히고, 각국 중앙은행은 앞다퉈 돈을 풀면서 금이 현재 가격의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니 테브스 UBS 귀금속투자부문 담당은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를 넘어 최고치를 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값이 무섭게 치솟아 2011년 9월 6일 장중 온스당 1920.8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많이 올랐다”
반론도 있다. 이미 금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제임스 리치먼 JJ리치먼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금값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낙관적인 투기 심리가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풀 때와 달리 현재는 팔라듐, 비트코인, 달러화 등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자산군이 있어 금값 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활동 재개 시 은 투자도 대안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상품이 은이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에 속하면서도 산업용 비중이 높아 글로벌 제조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는 시기에 은 가격은 금보다 강세를 보이곤 했다”며 “현재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 대비 은 가격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증시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량주를 찾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크리에이티브 플래닝의 피터 말로크 사장 겸 CIO는 “현 시점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거래량이 꺾인 우량주를 찾아 투자하는 게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 투자는 단순히 현물을 누군가 더 높은 가격에 살 것이라고 베팅하는 일”이라며 “그보다는 수년 내에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경제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쪽에 투자하는 게 훨씬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연/선한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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