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통합재건축 하자" 여의도광장 1·2동 행정소송

입력 2020-05-26 10:08   수정 2020-05-26 10:10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 재건축이 암초를 만났다. 사업에서 사실상 제척된 1·2동 주민들이 통합재건축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서다.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1·2동과 다른 동들이 떨어져 있어 분리재건축이 진행되던 곳이다.

26일 정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여의도 광장아파트1·2동 주민 132명이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3·5~11동의 사업시행자지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신탁사업에서 사업시행자지정이란 조합설립과 같은 의미다. 1심 결과는 이르면 7월께 나올 전망이다.

발단은 분리재건축이다. 광장아파트는 하나의 단지가 여의나루로를 사이에 두고 1·2동과 3·5~11동으로 나뉜 구조다. 당초 통합재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용적률 차이로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3·5~11동 주민들은 분리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았다. 깔고 있는 땅의 크기가 다른 만큼 통합재건축을 하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계산에서다.

두 단지는 필지도 분할돼 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분리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영등포구청의 해석이다. 하지만 1·2동 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분리된 광장아파트 1·2동 주민 김모 씨는 “3·5~11동 필지에 있는 공유시설 조성에 1·2동 분양대금이 쓰인 만큼 전체를 하나의 단지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분리재건축을 승인한 영등포구청의 행정편의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 이모 씨는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한국자산신탁의 지위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존 인허가를 물리고 통합재건축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3·5~11동의 일부 주민들도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744가구 규모인 광장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기준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겼다. 1978년 입주해 올해로 준공 42년째다. 그간 진행한 분리재건축에선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3·5~11동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1·2동은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1·2동의 안전진단 용역계약이 늦어진 탓에 변경된 기준이 적용돼서다. 정부가 2018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이후 첫 번째 탈락 단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1·2동 입장에선 통합재건축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언제 재건축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며 “분리재건축이 진행되는 다른 단지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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