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이면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사고 현장에는 참사 추모물이 건립되지만,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사고는 지난해 5월 29일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일어났다.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33명을 태우고 야경 투어를 나섰던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갓 출발한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 호에 후미를 들이받혔다.
그 충격으로 순식간에 유람선이 가라앉으면서 한국인 25명이 목숨을 잃었고 허블레아니 호에 있던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도 모두 숨졌다. 당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강물마저 불어난 탓에 실종자 1명은 아직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물이 세워진다. 사고 직후 헝가리 정부와 부다페스트시 당국이 제안했고 구체적인 추모물 모양과 크기, 새겨질 문구 등은 아직 논의 중이다. 건립 비용은 헝가리 측에서 지불한다.
당초 추모물 건립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오는 29일 완료하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지연됐다. 완공은 이르면 올해 내로 예상된다.
29일에는 사고 현장에서 1주기 추모식이 진행된다. 추모식에는 최규식 주헝가리 한국대사,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 커러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 등 30명 정도가 참석할 예정이다. 사고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를 운영했던 선사 '퍼노라머 데츠크'도 별도로 추모식을 연다.
참사 책임을 따지는 재판은 코로나19 여파에 아직 진행 중이다. 헝가리 경찰은 지난해 10월 가해 선박 '바이킹 시긴' 호 유리 카플린스키 선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선장은 헝가리 형법 제233조 교통 방해로 다수의 인명 손상을 가한 혐의와 제166조 사고 후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기소로 지난 3월 예심이 진행됐지만, 카플린스키 선장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선장이 혐의를 인정하면 징역 9년 및 선박 운항 금지를 구형할 방침이라고 말했지만, 선장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은 지난달 2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로 예정됐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탓에 9월로 순연됐다.
헝가리 검찰은 지난 1월 크루즈선 '바이킹 이둔' 호 선장에 대해서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조건부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바이킹 이둔 호는 사고 당시 바이킹 시긴 호를 뒤따라가고 있었지만, 물에 빠진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현재 전자 발찌를 착용하고 가택에 연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바이킹 이둔 호는 바이킹 시긴 호와 같은 회사 소속의 크루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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