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를 이끌어갈 차기 회장 선거가 막을 올렸다. 새 회장이 뽑히는 한 달 후면 한차례 연임까지 하며 4년간 이 단체를 운영해 온 최중경 회장이 물러난다. 임기 종료가 눈앞에 다가오자 신외감법 도입 등 회계개혁에 앞장섰던 최 회장의 업적이 다시 회계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업적만큼이나 최근 그를 따라다니는 화제가 하나 더 있다. 전임 회장들과 차기 회장을 훌쩍 뛰어넘는 연봉이다. “혼자서만 두둑한 연봉을 받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성과가 빛이 바랬다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의 연봉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한공회 회장 연봉이 3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시작됐다. 한공회는 회장직이 회계업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명예직임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으로 회장 연봉은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최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시절로 간 것이다. 최 회장의 임기 동안에만 한공회장의 연봉이 3억원에 달했던 셈이다.
회계업계에선 한공회가 연봉 인상을 통해 최 회장에게 일종의 ‘거마비’를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인물을 회장으로 모시는데 신입 회계사 수준의 연봉을 내밀기 민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공회는 2016년 최 회장을 추대 형식으로 수장 자리에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만우 고려대 교수와 민만기 전 공인회계사 감사반연합회장이 회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경선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상황이 어찌됐든 최 회장 입장에선 '본인만 연봉 3억원을 받을만한 인물로 평가한 셈'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차기 회장 연봉이 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음에도 이번 선거에는 다섯 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 선거 중 후보자가 가장 많다. 주요 회계법인 임원, 국회의원, 대학 교수 등 쟁쟁한 회계전문가들이 ‘민망한 연봉’을 받는 명예직임에도 회장 자리에 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본인은 매년 3억원씩 받아놓고 이제 와서 명예직이라며 회장 연봉을 5000만원으로 바꾸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라며 “결국 혼자서만 고액연봉을 챙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공회가 지난달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업한 데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금융당국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회계 분야를 맡았던 경험은 거의 없다. 공인회계사 자격증 역시 없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옛 재무부 출신 후배 관료를 챙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 4년 간 “회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회계 투명성 향상을 위해 달려왔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연이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퇴임은 취임 때만큼 아름답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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