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맞대고 하는 비대면 거래라고 할까요?"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경비원(청원경찰)으로 일하는 김모(28) 씨는 노년층 고객의 모바일 뱅킹 업무를 자주 돕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비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엄연한 불법. 그러나 은행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로그인 등 대부분이 단순 문의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최대한 돕는다"면서도 "가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지점수는 6902개로 이 곳에서 일하는 은행 경비원은 6500여명에 달한다. 통상 지점당 1명의 경비원이 상주하지만, 일부 출장소(직원 3인 이하)의 경우 경비원이 없는 곳도 있다.
은행 경비원들은 은행과 계약을 맺은 경비업체 소속이다. 은행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경비 업무만을 해야 한다. 이들이 은행법이 아닌 경비업법을 적용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경비원들은 그동안 관례처럼 지폐 교환, 통장 정리 등의 업무를 도왔다.
최근 늘어난 비대면 서비스 문의도 마찬가지다. 주로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데, 어떤 기능이 어디에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노년층 고객들이 앱 다운로드, 로그인, 비밀번호 설정 등 단순 업무를 문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달 초에는 재난지원금 신청이 지점을 통해 진행되면서 경비원들은 더 바빠졌다. 신분증을 맡기고 지원금 신청을 부탁하거나 온라인 신청을 요청하는 등이다.
기존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비대면 전용 상품이 출시되면서 은행에 방문해 비대면 전용 상품을 가입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예적금·펀드 가입과 같은 중요 업무 대부분은 창구를 통해 처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은행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고객들이 몰리고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는 적극적으로 말릴 수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반대로 일부 경비원들은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비대면 서비스를 공부하기도 한다. 본사 관계자들이 지점을 방문할 때 함께 교육을 받거나 관련 내용을 지점 직원에게 물어보는 식이다.
은행들은 원칙적으로 경비원의 은행 업무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규정된 업무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대기 고객이 많으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부탁하게 된다"며 "경비원들이 은행 비대면 서비스 확산의 일등공신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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