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걸리는 소아희귀질환 진단…'닥터앤서'로 15분 만에 알아낸다

입력 2020-05-27 15:25   수정 2020-05-28 02:20

질병 진단 소프트웨어 닥터앤서의 소아희귀질환 분야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은백린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사진)와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이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닥터앤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정부 예산 364억원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는 정밀의료 소프트웨어다. 진단정보, 의료영상, 유전체정보, 생활패턴 등을 연계 분석해 질병을 찾아낸다. 현재 소아희귀유전질환, 심뇌혈관질환, 치매, 심장질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뇌전증과 관련한 21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출생 후 발달지연으로 세 살이 되도록 고개를 들지도, 기어다니지도 못하던 남자아이를 닥터앤서로 진단해 선천성 근무력증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아이에게 신경 전달 물질을 투여했고 1개월 만에 고개를 들고 기기 시작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발달지연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던 1세 여자아이는 닥터앤서로 매우 드문 형태의 열성 유전형 세가와병을 진단받았다. 이 아이에겐 도파민을 투약했고 1개월 후 고개를 드는 것은 물론 설 수도 있었다.

소아희귀질환 분야에선 발달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1800여 개로 알려져 있다. 기존 검사 방법으로는 발달장애 유전자 검사를 효과적으로 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는 진단받는 데 평균 5년이 걸리고 30%는 5년 이후에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닥터앤서는 발달지연 환자 유전 데이터를 단순화하고 환자에게 가장 강력하게 관련된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의료진의 빠른 진단을 돕는다. 진단에 걸린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유전 진단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전체 분석 지식이 부족한 의료인이 발달 지연 환자의 전문적인 유전 검사 해석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커니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닥터앤서 적용 시 환자 진료비 및 병원 원가 절감 등의 효과로 2030년 기준 연간 627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은 교수는 “소아 환자의 유전적 원인을 조기에 확인하고 최대한 어린 나이에 맞춤 관리 및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인기에 이르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올해 임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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