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미 경제
지난주 코네티컷주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수용 인원 제한을 지킨다는 전제 아래 식당, 소매점, 쇼핑몰 등의 영업 규제를 풀면서 50개 주 전체가 경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조지아주가 처음 봉쇄를 푼 뒤 한 달여 만이다. 이에 따라 멈췄던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은 26만7451명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87% 줄어든 수치지만, 지난달 14일(8만7534명)에 비해선 약 세 배로 늘었다.
식당 예약 앱인 ‘오픈 테이블’도 일부 주에서 예약이 회복세라는 통계를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트럭스톱닷컴은 지난주 화물량이 전주보다 27% 늘었고,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호텔 리서치펌 STR에 따르면 5월 셋째주 호텔 투숙률도 32.4%로 5주 연속 증가했다.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컸던 뉴욕에선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이 다시 개장했다. 이날 발표된 4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62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애플은 이번 주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지의 100개 애플스토어를 추가 재개장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271개 매장을 보유한 애플은 이달 초 30여 개 매장을 먼저 개장했다. 이번 주말이면 미국 내 매장 절반가량이 문을 여는 것이다.
구글은 이날 다음달 6일부터 사무실 문을 다시 연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출근 인원은 사무실 정원의 10%에 그치겠지만, 9월께엔 최대 30%가 출근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신중론도 여전
경제가 꿈틀거리자 주가도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경제 봉쇄 수혜주로 꼽히며 급등했던 넷플릭스(-3.4%), 쇼피파이(-7%), 펠로톤(-9%), 줌(-4%) 등 기술주는 급락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 로열캐리비언크루즈, MGM리조트 등 경제 봉쇄로 폭락했던 주식이 일제히 12% 이상 급등했다. 금융주도 5% 상승했다. 경제 재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S&P500지수는 장중 한때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고, 200일 이동평균선도 뚫고 올라갔다. 200일 이평선은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지표로 간주한다. 다우지수도 3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한때 2만5000선을 돌파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경기 회복 기대감이 두드러졌다.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3.3% 올라 배럴당 34.35달러에 거래됐다. 7월물 목재 가격은 1000피트당 356.80달러에 달해 4월 1일 저점 대비 45% 급등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8.9% 높은 가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경제 활동 정상화가 당초 계획보다 빠르다”며 “등락은 있겠지만 내년은 사상 최고의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오는 3분기는 분기 단위로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엔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5월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10%만이 ‘V’자형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4분의 3은 ‘U’자 혹은 ‘W’자형 회복을 점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경제는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실업, 산업생산, 전기소비 등 지표가 일부 지역에서는 더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도 변수다. 콘스탄틴 야넬리스 시카고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될지, 불황이 이어질지는 보건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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