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한솔그룹의 정보기술(IT) 부품 업체인 한솔테크닉스는 지난 20일 1년 만기 5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솔테크닉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투자등급이긴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우량 신용등급이 아니어서 공모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면서 자동차 부품업체인 화신 역시 20일 2년 만기 5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모았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키움캐피탈(40억원), 대주중공업(50억원), 이수건설(50억원), 폴라리스쉬핑(50억원) 등도 줄줄이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들은 주로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급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
공모 회사채와 달리 별도로 수요예측 과정이 필요 없는 사모 회사채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적 계약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같은 신용도에 비해 금리만 높게 제시하면 공모 회사채에 비해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다. 공모 회사채처럼 3년 이상의 장기가 아니라 1년~1년6개월 만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 이달 들어 사모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도 주로 1년 만기로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들이 사모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도 기관투자가들이 소수의 우량 기업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 최근 KCC는 15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KCC 회사채 매수를 희망한 기관투자가의 물량은 900억원에 그쳤다. 한화건설 역시 10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매수를 희망한 기관투자가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부가 지난달 이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진 기업의 채권도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심이 높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영향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유동성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A급 이하 기업들은 급한 대로 소규모 사모 회사채 발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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