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학 분야 권위자인 대니얼 M. 케이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직원들이 창의성과 열정을 발휘하게 하려면 두뇌 속에 존재하는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탐색 시스템이란 우리 두뇌 속에 있는 촘촘하게 연결된 신경망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배울 때 이 신경망의 스위치가 켜진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몰입하게 된다.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케이블 교수에 따르면 직원들의 탐색 시스템을 환하게 작동시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보는 직원, 새로운 기술을 잘 활용해서 업무에 접목하는 직원,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직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의 정책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탐색 시스템을 억제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왔다.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능률성이 제일의 가치였던 과거에는 표준화된 매뉴얼에 맞춰 직원들의 행동을 통제해야 했다. 하지만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억눌러온 탐색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실험 제도’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지라’ ‘트렐로’ 등으로 유명한 온라인 협업 툴 개발사 아틀라시안의 ‘십잇(shipIt)’ 제도가 대표적이다. 십잇은 분기에 한 번씩 정규 업무 이외 무슨 일이든 24시간 동안 연구하거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일종의 사내 경연 대회다. 개발자, 임원, 마케팅팀 등 직원 누구나 개인 혹은 팀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상의 문제를 찾아 해결한 프로젝트도 발표할 수 있다.
비슷한 예는 3M에도 있다. 3M은 업무시간의 최대 15%를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쓸 수 있는 ‘부틀렉 타임(bootleg time)’을 운영한다. 3M의 직원들은 회사가 허용한 시간 안에서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같은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유롭게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다.
리더는 직원들이 일정한 틀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 틀은 각자 처한 상황이나 권한에 맞게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라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팀장이라면 팀원들과 함께 팀 내 고질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 워크숍을 열 수도 있다. 이렇게 탐색 시스템에 불을 밝히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결과를 넘어서 직원들의 주도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로 이어진다.
문정화 <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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