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용자가 올린 글에 대한 SNS 기업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트위터 같은 SNS 업체는 이용자의 콘텐츠를 검열하고 제한하는 견제되지 않은 위험한 권력을 갖고 있다”며 “(트위터에) 가짜뉴스가 너무 많아 수치스러울 지경”이라고 행정명령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면책특권 부여 관련 조항을 없애거나 완전히 수정하길 원한다”며 “이는 SNS 회사들이 더 이상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의 트윗에 트위터 측이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관한 법적 책임을 SNS 기업에 면제해주는 내용의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겨냥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은 그동안 이 조항 덕분에 게시물을 검열·삭제하거나 가짜뉴스 등을 방치해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은 SNS 회사가 이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하면 법적 면책 대상에서 제외시켜 이용자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통신품위법은 인터넷 여명기였던 1990년대 중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이용자가 올린 명예훼손 글로 소송을 당하자 기업 보호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영향력도 막강해지면서 면책 조항이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 내용을 아예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명식에 동석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관련 법안 초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며 “SNS 업체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또 상무부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하도록 청원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았다.
관련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번 행정명령은 보수적이고 정치적 접근”이라며 “팩트 체크와 관련한 자사 규정은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밝혀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구글 역시 “미국 경제는 물론 인터넷 자유에 대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트위터는 트럼프가 이날 올린 트윗에 “폭력 미화 행위에 대한 트위터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는 경고문을 또다시 부착하며 트윗을 아예 가려버렸다. 트럼프는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이 숨진 데 분노해 시위가 격해지는 것과 관련, “이들 폭력배가 사망자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썼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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