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다 할 수는 없다"…대기업, 스타트업 키워 新사업 속도·효율 높인다

입력 2020-05-29 17:51   수정 2020-05-30 00:45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접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고, 더 적은 비용으로 미래 협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신사업 전담 조직인 ‘위디아(we+dea)팀’ 인력은 1년 만에 두 배 늘어났다. 위디아팀은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 GS칼텍스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 이후 협업, 제휴, 지분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조한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지 않아도 결제와 주유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 주유소는 모바일 주유 플랫폼 ‘오윈’과, 편의점과 카페를 결합한 주유소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자동차 외장 수리 스타트업 ‘카닥’과 협업한 성과였다. GS칼텍스는 올 2월 원유 도입 때 최적화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영국의 유가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오일엑스’의 지분 10%를 사들이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투자 전문 회사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롯데액셀러레이터와 함께 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고배율 폴리프로필렌(PP) 발포 시트 생산 기술을 보유한 ‘케미코’, 수처리용 기능성 미생물 대량 생산 기술을 보유한 ‘블루뱅크’ 등 화학·소재·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직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5개 사내 스타트업이 삼성전자의 사내 프로그램 C랩을 거쳐 독립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력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건 효율성 때문이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것은 리스크(위험)가 적지 않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배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사업 기획부터 투자, 인력 배치까지 모든 의사 결정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스타트업 투자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빠르고 적당한 비용으로 협업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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