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 1625명 중 1316명이 투표한 결과, 삼성물산이 686표를 받아 5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수주에 성공했다.
◆ 삼성물산, 빠른 사업진행 내세워 승기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상위 신용등급(AA+)을 바탕으로 통상적인 후분양과는 다른 '100% 준공 후 분양'을 조합에 제안했다.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 12개월 안에 끝내고, 또 공사 기간을 34개월로 단축해 사업비 이자 120억원을 줄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삼성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삼성이라면 빠른 사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래도 삼성인데 믿고 맡길 수 있다", "맘 편하게 후분양으로 가자면 삼성의 조건이 낫다" 등의 평가를 했다.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1109번지 일대 1490가구를 재건축해 지하3층~지상35층, 17개동 2091가구 규모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는 8087억원 규모다.
지난달 삼성물산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의 시공사로 선정돼 최근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최고 35층 아파트 6개동, 641가구 단지로 재건축하게 된다. 신규 단지명으로는 '래미안 원 펜타스'(Raemian One Pentas)다. 계약금액은 2400억원 규모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정비사업에 참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2015년 이후 참여가 없었다. 당시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마지막이었다. 수주 또한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이후 5년 만이다.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사업할만한 '땅'이 없어서다. 서울이나 주요 도시에서 확보할 수 있는 알짜땅은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나마도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해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번 반포3주구와 같이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수주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 재선정 과정에서만 참여, 제안서 이행여부 지켜봐야
삼성물산이 복귀선언과 동시에 1조원이 넘는 수주를 달성했다. 다만 두 사업장 모두 기존의 시공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수주했다. 당초 신반포 15차에서는 대우건설, 반포3주구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였다. 재선정된 시공사는 큰 이변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30일 서울 흑석동 흑석뉴타운 흑석9구역조합이 롯데건설과의 시공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근 조합장을 해임한 데 이어 시공사까지 교체하게 됐다. 이 사업장에서 시공사 재선정 후보로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이 언급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빠른 이주와 준공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회사와 비교하면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반포3주구의 경우 삼성은 관리처분인가와 이주개시 시점을 오는 9월(대우건설은 내년 5월)로 잡았다. 내년 1월부터 철거를 통해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입주 시점도 2024년 3월로 대우건설에 비해 1년 2개월이 당겨지게 된다. 시공사 선정에서 착공까지 1년 정도인데, 이는 정비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제시한대로 반포3주구의 사업속도를 맞춘다면 업계에서는 혁신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사업이 지연되거나 사업비가 추가발생된다면 어떻게 될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과거와는 달리 '브랜드'만 따지던 시대는 지났다. 이번 반포 3주구에서도 삼성물산이 대우건설을 꺾긴 했지만, 압도적이진 못했다. 삼성물산은 686표(52.1%), 대우건설은 617표(46.8%)로 표 차이가 69표에 불과했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GS건설을 누르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1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작은 단지긴 하지만, 강남 재건축에서 GS건설의 '자이'가 밀리게 됐다.
A건설 고위 관계자는 "이제 삼성물산의 과제는 대우건설을 지지했던 조합원들의 마음까지 돌려놓는 일이다"라며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계약 후에 '을'에서 '갑'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던만큼 조합원들이 삼성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OS(외부인력) 등 불법적인 홍보 없이 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투명하게 수주했다"며 "이번 수주로 '클린 수주' 문화가 정착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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