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입사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전국의 취업준비생이 대거 응시한 가운데 지난 30~31일 이틀간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매년 대기업 공채 시장의 최대 이벤트로 꼽히며 ‘삼성고시’로 불리는 이 시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GSAT은 이틀간 오전 9시와 오후 2시 시작해 시험 준비 60분, 실제 시험 60분(수리 20문항, 추리 30문항) 등 두 시간씩 네 차례 시행됐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네 번 모두 다른 문제를 출제했다. 공정성을 위해 입사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난이도 조절도 마쳤다.
오류없이 원활히 진행
삼성은 응시생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험 감독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난해 4만~5만 명에 달했던 오프라인 시험보다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감독관 한 명이 최신 화상회의 솔루션을 사용해 응시생 9명을 실시간 원격 감독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걸러냈다.
국내 기업 처음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온라인 채용시험이지만 서버 과부하에 따른 시험 중단이나 접속장애 없이 안정적으로 치러졌다. 한 응시생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시험을 치기 위해 전날부터 고사장 인근에서 숙박을 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시험을 치르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공포증이 사라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삼성도 시험 시간을 확인하는 타이머를 화면에 띄우는가 하면 컴퓨터상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확대·축소 기능을 넣는 등 응시생을 배려했다. 다만 문제 유출 방지를 위해 화면 캡처 기능은 차단했다.
“수리영역 문제 예상보다 어려워”
시험 문제 자체만 놓고 보면 체감 난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GSAT은 온라인으로 치러진 만큼 지문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출제됐던 언어영역은 제외하고 추리와 수리영역만 실시됐다. 특히 수리영역 문제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역대급이다. 불지샛이었다. 멘붕이다” 등과 같은 반응이 적지 않았다. 물론 소금물(라면 국물) 농도를 구하는 문제 등과 같은 정형화된 문항도 눈에 띄었다.
응시생 상당수는 필기 도구로 밑줄 등을 표시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문제를 읽어야 했던 불편을 전했다. 큰 모니터의 노트북으로 시험을 본 사람이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응시생은 “보통 시험지에 줄을 그어가며 문제를 푸는 방식에 익숙했는데 모니터에 터치를 못하고 눈으로만 읽고 풀어야 해서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응시생들은 또 양손이 감독관이 보는 화면 밖으로 나가면 부정행위가 되는 만큼 시험 시간 내내 신경 쓰였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삼성은 난이도와 관련해 “온라인 시험이라는 생소함 때문에 응시생들이 전반적으로 체감 난도가 높아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응시생들은 삼성이 사전에 발송한 스마트폰 거치대, 문제풀이 용지를 이용해 시험을 치렀다. 응시생은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PC 화면, 자신의 얼굴과 손이 모두 나오도록 촬영하고 감독관이 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했다. 삼성은 응시자들의 시험 응시 녹화본을 확인하고, 면접 때는 약식 시험도 치를 예정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의 온라인 채용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온라인 시험은 언젠가 가야 할 길”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응시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시험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등 일부 기업이 온라인으로 인성검사를 본 적은 있지만, 입사시험 자체를 온라인으로 치른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삼성의 온라인 GSAT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향후 다른 대기업들도 온라인 필기시험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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