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열풍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을 기점으로 젊은 층의 투기적 성향이 높아졌고, 올 들어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감원은 올 들어 개인 간(P2P) 대출을 비롯해 주식, 외환, 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경보를 잇따라 발령하고 있다. 1일에는 SNS에서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사설 FX 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에 소비자경보가 발령됐다. FX 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 고위험·고수익 투자여서 1만달러(약 1200만원)의 개시 증거금 등이 필요하다.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는 사설 FX 마진거래는 업체가 금융회사에 계좌를 트고 증거금을 낸 다음 특정 통화 가격의 매수·매도 권리를 쪼개 투자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환율의 상승·하락 여부를 맞히면 대금이 정산되는 구조로 5분 이하의 초단기 거래, 10만원 미만의 소액 거래가 대부분이다. 금감원은 “합법적인 소액 재테크 수단이라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도박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연 6~7% 복리 수익률을 앞세운 ‘역외보험’에도 최근 소비자경보가 내려졌다. 해외 보험회사 상품을 직구(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당국의 판매 인가를 받은 적이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수익률 높은 연금’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에는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개인투자자는 현명하고 신중하게 판단해달라”며 사실상 ‘동학개미운동’의 자제도 요구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도 소비자경보가 발령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까지 규제되니 고수익·고위험 추구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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