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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종합 테마파크 운영 업체 이월드는 지난달 28일 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 주총을 열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이월드는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려 했지만 당시에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돼 이번 임시 주총을 열게 됐다.
이월드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며 "새로 감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가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복 업체 형지엘리트의 경우도 지난달 15일 임시 주총에서 추진한 감사 선임이 불발됐다.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도입까지 했지만 감사 선임에 필요한 의결권 확보에 실패한 탓이다. 항공기 부품 업체 오르비텍 역시 지난달 19일 임시 주총을 열고 감사를 선임하려 했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선임하지 못했다. 오르비텍은 지난해 정기 주총에 이어 올해 지난 3월 말에 열린 정기 주총에서도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이 밖에도 스타모빌리티와 현진소재도 임시 주총까지 열었지만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상장사들이 임시 주총까지 열고 감사를 선임하려 하지만 잇따라 실패하는 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영향이 크다. 감사 선임을 위해선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및 의결권 있는 주식의 4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감사 선임 땐 대주주 지분율이 아무리 높아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참석이 필수적이다.
특히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와 중견 기업들은 매년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 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던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이 2017년 폐지되면서 이같은 주총 대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려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예년보다도 어려워졌다.
임시 주총에서까지 감사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들은 고육지책으로 기존 감사에게 계속 업무를 맡기고 있다. 새 감사를 선임하지 못해 전임 감사가 업무를 이어가면서 상장사들의 감사 재직 기간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감사의 독립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3%룰이 감사 선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필요하다면 올해 추가로 임시 주총을 열거나 내년 정기 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시 다뤄야 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주총 대란에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주총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부담을 토로하는 상장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총을 열 때마다 각종 수수료와 대관료, 인쇄 비용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 중 올해 정기 주총을 연 상장사 가운데 315곳이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2018년 56개사에서 2019년 149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다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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