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 결정을 내린 감사위원 5명은 모두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친여 성향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결과에 제동을 걸면서 최 원장과 충돌했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위원들이 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것이 감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는 것은 감사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해명대로 감사위원들의 정치성향이 감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헌법과 감사원법에 명시된 감사원의 독립적 지위와 막중한 권한·책무를 감안할 때 이런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런 일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검사하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중요성 때문에 정부 직제상 대통령 밑에 있더라도 직무에 관한 한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 결과를 의결하는 감사위원들도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감사원법에 규정돼 있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한 민간 기업도 감사할 수 있어 권한 또한 막강하다. 이런 감사원이 보편타당성·합리성·과학 등과는 거리가 먼, 정부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를 양산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감사원은 어떤 외압도 감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길들여진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는 최재형 원장의 소신은 어떤 정권에서나 감사원이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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