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 정부' 질주할수록 감사원 '짠맛' 잃어선 안 된다

입력 2020-06-02 17:14   수정 2020-06-0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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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요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경제위기 속에 ‘돈 풀기’가 일상인 상황에서 그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엔 국토교통부에 대해 “표준주택 공시가 산정이 엉터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무엇보다 2018년 6월 경북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뒷말이 흘러나오는 것이 큰 관심을 모은다. 내용은 이렇다. “조기폐쇄가 결정된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가 4월 9, 10, 13일 감사위원회에 올라갔는데, 최재형 감사원장을 제외한 5명의 감사위원이 전원 ‘보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위원들이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하도록 감사인력을 보강하고 전방위 보완을 지시했다고 한다.

보류 결정을 내린 감사위원 5명은 모두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친여 성향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결과에 제동을 걸면서 최 원장과 충돌했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위원들이 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것이 감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는 것은 감사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해명대로 감사위원들의 정치성향이 감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헌법과 감사원법에 명시된 감사원의 독립적 지위와 막중한 권한·책무를 감안할 때 이런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런 일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검사하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중요성 때문에 정부 직제상 대통령 밑에 있더라도 직무에 관한 한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 결과를 의결하는 감사위원들도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감사원법에 규정돼 있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한 민간 기업도 감사할 수 있어 권한 또한 막강하다. 이런 감사원이 보편타당성·합리성·과학 등과는 거리가 먼, 정부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를 양산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감사원은 어떤 외압도 감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길들여진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는 최재형 원장의 소신은 어떤 정권에서나 감사원이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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