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흑인 생명도 귀하기에 그들의 권리 역시 확실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위는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소수 권리 억압’이란 고질병을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자오 대변인은 “인종차별뿐 아니라 경찰의 폭력적인 법 집행 문제도 엿볼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 정부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소수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영 CCTV는 사망한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즈 플로이드가 인터뷰 도중 우는 장면과 플로이드의 부검 결과 등을 장시간 보도했다. 자사 소속 기자가 미네소타에서 시위대와 함께 뛰고 있는 장면과 미국인들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묘사하는 동영상 등을 내보내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백악관 벙커로 피신했다’는 CNN 보도를 발 빠르게 전했다. 이 기사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50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중국 SNS에서도 미국 시위 관련 뉴스가 봇물을 이뤘다. 가장 많이 검색한 화제의 단어엔 ‘미국 폭동’이 올랐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시위는 ‘국가의 파탄’을 드러냈다”며 “미국의 해묵은 사회적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주의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서 “인종 불평등과 차별, 사회 양극화 등 미국의 오랜 문제가 트럼프 정부 들어 더욱 증폭됐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언론이 미국 시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이유가 중국의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앨프리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 퇴치와 사회 관리 측면에서 미국보다 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CNN은 미국의 시위 사태가 중국에는 대내외 선전을 위한 선물과도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가 시위대를 겨냥해 군대 투입 등 강경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홍콩 시위를 대하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를 비난할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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