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지난달 한국에서 1037대의 차량을 팔았다. 2014년 포르쉐 코리아가 설립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작년 5월(210대)과 비교하면 393.8% 늘었다. 포르쉐는 지난 4월부터 두 달 연속 월 1000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 중이다. 폭스바겐(1217대)나 볼보(1096대) 같은 인기 브랜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지난달에만 31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5대)과 비교하면 6배 수준이다. 역대 두 번째 판매 기록이다. 롤스로이스는 17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12대) 대비 41.7% 늘었다. 벤틀리는 15대 팔렸는데, 작년 5월(7대)의 두 배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차가 없어서 못 파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당 1억원이 넘는 고가 브랜드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2만3272대로 작년 5월(1만9548대) 보다 19.1%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만886대 팔렸다. 전년 동기(8만9928대) 대비 12.2% 증가했다.
판매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6551대)였다. 작년 5월(6092대) 보다 7.5% 늘었다. BMW(4907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연쇄 화재 사태 이후 주춤했던 판매량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아우디(2178대)와 폭스바겐(1217대)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일본 브랜드는 모두 부진했다. 지난해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렉서스는 727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49.2% 줄었다. 도요타 판매량은 61.8% 감소한 485대였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닛산과 인피니티는 각각 228대, 63대의 차량을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3.7%, 69.4% 줄었다. 혼다 판매량도 1210대에서 169대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개별소비세 적용 방식이 바뀌면 고가 수입차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인하율을 70%에서 30%로 낮췄다. 동시에 감면 금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앴다. 그 결과 판매가 7600만원 이하 차량은 인하율이 현재보다 줄어들고, 그 이상의 차량은 인하 폭이 커지게 된다. 개소세 적용 방식 변경으로 혜택을 보는 국산차는 제네시스 G90 등 극소수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고가 수입차 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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