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후보 윤곽이 뚜렷해진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들의 고향을 두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상주 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커지고 있습니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당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도 '호남 대 영남'이라는 지역주의 구도가 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3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김 의원을 막후에서 지원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 총리가 김 의원을 도우면서 대권 경쟁자인 이 전 총리를 견제한다는 얘긴데요. 영남 출신인 김 의원이 호남 중심인 민주당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 총리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정 총리 아내의 고향이 경북이라는 사실도 언급됐습니다.
다만 정 총리 측은 "정 총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의원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태년 원내대표는 호남, 박병석 국회의장은 충청이라는 이유로 차기 당대표는 영남 출신이 돼야 균형이 맞다는 얘기도 흘러 나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을 대표하는 주요직이 지역에 맞게 고루 배분되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확장성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와 김 전 의원과 함께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홍영표 의원은 전북 고창, 우원식 의원은 서울이 고향입니다.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주요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또 실제 유권자의 투표 행위가 지역에 기반을 두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지역주의가 고개를 내미는 건 씁쓸한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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