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이 SK네트웍스로부터 주유소 187곳을 매입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며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의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주유소를 자산으로 삼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설립된 건 국내에서 처음인 데다 임대 수익뿐 아니라 향후 주유소 부지를 업무·상업시설 등으로 재개발해 얻는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1일 SK네트웍스에게 매매대금 1조2452억원을 납부하며 이 회사의 직영주유소 187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거래로 코람코자산신탁은 전국 187곳 주유소 부지와 부속건물, 각종 시설·장비 등을 확보하게 됐다. 인수 주유소의 절반이 넘는 95개 주유소는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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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9월 치러진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이번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당시 그룹의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해 SK그룹이 직영주유소를 한 덩어리로 묶어 시장에 내놓자 여러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코람코자산신탁·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은 맥쿼리·에쓰오일 컨소시엄, 한앤컴퍼니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인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187개 주유소, 현대오일뱅크에게 10년간 임대해
리츠와 부동산펀드 운용을 주업으로 하는 부동산 금융투자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은 회사의 전문성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인수한 187개 주유소를 자산으로 삼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를 설립했다. 현재 8월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현재는 기관투자가들과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의 주된 수익은 주유소를 임대하고 받는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에서 나온다. 코람코자산신탁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이번에 인수한 187개 주유소의 운영을 맡고, 리츠에 임대료를 지불한다. 현대오일뱅크와 맺은 임대 계약 기간은 10년이며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계약 연장을 원할 경우 임대 기간을 5년 더 늘릴 수 있는 옵션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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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부지 안에 별도로 입점해있는 차량 정비업체, 카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받는 임대료도 리츠의 수익으로 들어온다. 이들 편의시설에서 거둘 수 있는 연 임대수익이 74억원에 달한다고 게 회사 측은 설명한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주유소와 편의시설 임대료 등을 바탕으로 리츠 투자자에게 공모가 대비 연 6% 초중반대의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제공하는 게 리츠의 1차적인 운용 목표”라며 “현대오일뱅크와 10년 동안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유소를 도심내 소규모 물류거점, 드라이브 스루 카페로
임대료 수입을 통해 탄탄한 수익 기반을 마련한 뒤에는 주유소 시설을 활용한 각종 부가사업과 주유소 부지 재개발 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거두겠다는 청사진도 마련돼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주유소 시설을 그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잠깐 들리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상업·소비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투자 전략을 마련했다.
주유소를 소규모 지역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주유소 안에 개인용 창고 공간이나 보관함을 마련해 임대하고, 주유소 안에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카페를 운영하는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세차와 차량 정비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밑그림도 내놨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전략을 ‘모빌리티 리테일 플랫폼’(Mobility Retail Platform)으로 부르고 있다. 주유소를 차량을 활용한 도심 내 물류·소비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서울, 수도권 주유소를 업무·상업시설로 재개발해 추가 수익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 잡은 주유소 부지에 업무·상업시설을 새로 지어 재개발 수익을 거두는 건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 운용을 통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전체 주유소 187곳의 절반 이상인 95개 주유소가 수도권에 위치해있고, 주유소의 특성상 대부분 교통 여건이 좋은 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주유소들의 평균 대지 면적은 1650㎡로 중소규모 업무·상업시설을 짓기에 적합한 넓이다.
인수한 주유소들 중에서 재개발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리츠의 배당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 코람코자산신탁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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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SK네트웍스로부터 서울 시내 주요 역세권에 자리 잡은 주유소 10곳을 따로 사들인 뒤 일부 부지에서 재개발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 10개 주유소 인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의 자산으로 편입되는 187개 주유소 인수와는 별도로 이뤄진 거래였다.
10개 주유소 중 4곳에선 한 부동산 개발업체(디벨로퍼)와 손잡고 PFV(프로젝트금융 투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머지 6곳은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에 매각했다.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는 이들 10개 주유소 부지에서 이뤄지는 재개발 사업의 성과를 통해 앞으로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가 재개발 사업으로 거둘 수 있는 추가 수익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본부장은 “이번에 인수를 완료한 187개 주유소들은 부동산 가치 측면에서 보면 쉽게 나오기 힘든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주유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다양한 부가가치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리츠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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