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 투자금액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환율이 요동친 3월 이후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최근 저금리와 개인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들어온 일부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FX마진거래 투자액은 61조91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조5205억원에서 급격히 늘었다. 개인의 연간 FX마진거래 투자액은 2018년 64조1285억원, 2019년 96조53억원 등으로 최근 빠르게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100조원을 넘길 게 확실시 된다.
FX마진거래는 증거금을 바탕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환율 변동에 따른 차액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증거금은 투자 중개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만달러(약 1227만원) 선이다. 레버리지율이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최소 증거금으로 10만달러를 매수·매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투자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한다.
레버리지율이 높다보니 그에 따른 위험(리스크)도 높다. 원달러 FX마진거래를 하는 투자자가 최소 증거금으로 10만달러를 매수했을 경우, 환율이 10% 떨어지면 증거금을 모두 잃는다. 거꾸로 10% 오르면 원금이 2배가 된다. 당초 외환 리스크 헤지를 위해 고안된 거래지만 개인은 투기성 거래를 하는 게 보통이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최근 재테크 열풍을 타고 유튜브 등에 이같은 거래를 독려하는 콘텐츠가 많아져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쉬워졌다"며 "시중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인가 업체가 하는 FX마진거래 외에 불법 업체의 광고도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시중 은행의 한 외환거래 담당자는 "FX마진거래를 주식투자보다 더 쉽게 생각하는 개인도 많다"며 "주식은 기업 이익과 업황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은데 환율은 숫자 하나만 보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FX마진거래를 하기 위해 개인 사무실을 따로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FX마진거래 투자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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