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박경순의 사진전 '담유화'가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 박 씨는 지난 8년 동안 담쟁이덩굴을 촬영한 작품 25점을 오는 9일까지 선보인다. '담유화'는 작가가 만든 말로 '담쟁이가 있는 그림'이란 뜻이다. 사진전 제목처럼 담쟁이덩굴과 담장이 어우러져 추상화 같은 이미지를 담아낸 회화적 사진들이다. 담벼락 위 세월의 흔적과 낡은 공간 사이를 비집고 생명의 줄기를 뻗어가는 담쟁이의 조화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삶의 철학이 녹아들어간 담담한 묵언(默言)의 시선을 드러냈다.
푸른 여름 담쟁이로부터 앙상한 겨울 담쟁이까지 사계절의 담쟁이덩굴과 사물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풍경들은 순환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준다.박 씨는 사진 작품과 본인이 직접 쓴 시를 함께 실은 책 ‘담유화(하얀나무)’도 출간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