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2의 금모으기 없었다…99%가 받아간 재난지원금

입력 2020-06-03 15:16   수정 2020-06-03 15:51


전 국민 지급 후 자발적 기부를 통해 '제2의 금모으기 운동' 처럼 재정적 부담을 덜고자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정부·여당의 기대가 꺾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급 공무원, 여당의 대표 인사들까지 앞장서 '기부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전체 가구의 약 99%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갔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가구 수는 누적 2147만176가구로 지급 대상 2171만 가구의 98.9%가 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이들이 신청한 액수는 총 13조5158억1500만원으로 총 예산 14조2448억원의 94.9%가 지급이 완료됐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별로는 전체 신청 가구의 67.2%인 1458만6671가구가 신용·체크카드 충전 방식으로 9조5866억원을 수령했다. 선불카드는 248만8394가구(11.5%)가 1조6203억원을, 지역사랑 및 온누리 상품권은 153만4307가구(7.1%)가 1조79억원을 각각 신청해 지급받았다.

취약계층 286만804가구(13.2%)에는 1조3011억원의 현금이 지급됐다. 이는 현금 지급 대상 286만4735가구의 99.86%, 총예산 1조3027억원의 99.88%에 해당한다. 17개 시·도별로는 경기에서 522만8976가구가 3조1369억원을 지급받아 가장 많았다. 서울에서는 403만4319가구가 2조5588억원을 수령했다.

정부·여당은 당초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 여론이 생기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처럼 '제2의 금 모으기 운동'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4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과거에 IMF 때도 '금 모으기'를 통해 국민들이 함께 협력해 힘을 모았던 경험과 저력이 있다"며 "처음 겪어보는 국가 재난상황인 만큼 함께 이겨내자는 우리 국민의 역량과 지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불을 지폈다.

실제 문 대통령이 직접 기부에 나서면 지지자들이 적극 도와 전체 재난지원금의 약 10~20%는 기부로 이어져 1조4000억~2조8000억원가량의 기부금이 모일 것으로 여권에서는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은 30만여 가구가 끝까지 신청하지 않아 자동으로 기부금으로 처리될 경우를 가정하면 자동 기부금 최대 액수는 7638억원(전체의 5.7%)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기한 안에 신청할 경우 기부금 액수는 이보다 한참 미치지 못 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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