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평론가 고미숙 박사는 우리의 몸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에 따르면 몸은 우주다. 하늘에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몸에도 사지가 있고, 해와 달이 있는 것처럼 음과 양이 있으며, 목화토금수의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오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몸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병원이나 의료시설에 그냥 맡겨버린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을 의사들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병원은 나의 몸을 샅샅이 분리해 검사하고 결과물을 토대로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한다. 문제가 생기면 재생을 거쳐 다시 활동 가능한 몸으로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그에 대한 대가로 우리는 건강과 질병을 신탁하는 병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나의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누구나 무병장수를 원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병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자세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은 병을 ‘지혜의 결핍’이라고 정의한다. 탐욕과 증오로 가득 찬 몸에 지혜가 스며들 틈이 어디 있겠는가. 원망과 증오, 탐욕과 타락, 이기심과 오만함 등은 곧 스트레스로 이어져 몸속 곳곳에 독소를 만들고 병을 퍼뜨릴 준비를 한다. 병의 숙주를 인간 스스로 심는다는 얘기다.
건강검진 결과 정상으로 판정됐더라도 비뚤어진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면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몸은 보이는 마음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이라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성찰, 내적 영역에 대한 탐구, 지혜로워지는 방법을 찾아 건강하게 살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우리의 몸을 아는 것은 단지 몸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내면과 외부의 연결과 소통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도 의학은 ‘건강하다’는 말이 곧 ‘지혜롭다’는 의미라는 것을 정확히 꿰뚫었다.
불멸을 꿈꾸던 권력자들도, 젊음을 뽐내던 청춘들도, 미모를 과시하던 미인들도 모두 유한한 삶을 살다 우주로 되돌아갔다. 몸은 인생의 궤적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자신이 걸어왔던 대로,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자신이 부려먹은 대로 몸에는 모든 것이 저장돼 있다. 그 책임은 온전히 몸의 주인에게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다 덜컥 큰일이 생기면 그제서야 허겁지겁 뒤늦은 처방을 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지를 받았다. 작년 검진 이후 1년간 나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다. 지혜롭게 살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결과물이 날카롭게 판단해줄 것이다. 몸과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자세다. 건강검진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검진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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