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중인 상법 개정의 구체안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간의 주장으로 볼 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부적격 이사 제재 및 해임건의제 △집중투표제·전자투표 의무화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같이 오랜 논란 끝에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에 입법화하지 못하고 폐기된 내용들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만 도입해도 외국계 기관투자가나 투기자본이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6곳의 감사위원 모두를 선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김 원내대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미나에서 이용우 의원이 지적한 대로 “기업지배구조는 법과 제도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국가마다 문화권마다 다양한 지배구조가 있으며, 그중 어떤 것이 선진적인 것인지를 정부가 정하겠다는 생각은 오만이자 월권이다. 내심의 판단이 있더라도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업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순리다.
‘경제 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소위 ‘재벌의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이념 과잉에서 비롯된 현실 왜곡이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세계은행 190개 회원국 중 25위의 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상법 개정에 따른 규제대상 상장사의 85%는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끝내 밀어붙인다면 정부 입김이 미치는 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일각의 심증은 확신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총선 압승 다음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를 만들 책임을 마음속에 새긴다”며 몸을 낮췄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행동은 정반대다. 상임위원장 독식, 현대사 재해석, 윤미향 사태 함구령, 소신파 의원 징계 등에서 잘 드러난다. 불통에서 포용으로 돌아와야 한다. 상법 개정을 강조하기 전에 그간의 비판과 우려에 대한 보완책부터 내놓는 게 올바른 순서다. 대주주 옥죄기보다 오히려 경영권 방어책이 상법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코로나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을 외국계 투기펀드의 먹잇감으로 만들고 말 상법 개정안 강행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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